큰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몰랐는데 중학교에 가니 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는 곧 잘 공부도 하던 아이가 중학교 가서는 성적이 떨어지고 학부모인 나도 적응이 안됐다. 입학식에 갔을 때 교장선생님이 우리 중학교 출신이 서울대에 여러 명이 갔다는 둥 우리는 공부를 아주 독하게 시킨다는 말이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아이들의 인성이나 교육의 올바른 방향 같은 것은 교과서에나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랑 비슷했고, 되레 더 심해진 것 같았다. 학교가 학부모를 더 불안하게 하고 경쟁을 당연시 하는 모습에서 처음 중학생 엄마인 나로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학교 잘 가고 밥 잘 먹고 학교 마친 후 집으로 정확히 들어오고 친구랑 싸우는 법 없고 축구 좋아해서 주로 운동장에서 있고 요즘 사춘기의 중딩들 반항 때문에 힘들다 하는데 말대꾸 한 번하는 일 없고 동생 잘 돌보고 스스로 자기 밥 정도는 알아서 잘 챙기는 이런 아들이 왜 불안할까?

나의 불안함을 말하자면... 나만 그럴지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난 명문대 근처에도 못 갔다) ‘대학졸업 후 취직은 할 수 있을까?’(돈도 이왕이면 잘 벌어야 할텐데), ‘결혼은 잘할까?’(며느리는 한국 사람일까?) ‘결혼한 후 자식은 낳을까?’(아이 낳았다고 키워 달라고 하면 어쩌나?) ‘노후 준비는 착실히 할 수 있을까?’(내 노후도 못 챙기면서) 등등 불안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걱정이 이어지다보니 어느 부분에서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들 교육에 열심인 엄마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더 불안하다. 우리 아들만 빼고 공부를 어찌나 잘하던지. 신문과 방송에서 보면 상위 1% 이내가 아니라 요즘은 0.1%안에 들어야 한다는데. 내가 생각하는 상위권은 100을 삼등분해서 위쪽 33%안에 들면 상위권인데 그 기준으로 보면 우리 아들은 상위권이라 이 정도라면 만족하고 싶은데 주변을 보면 전혀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오늘부터 더 일찍 깨우고 더 좋은 과외 선생을 찾기 위해 엄마들과 더 자주 만나고 만나더라도 성적이 좋은 아이들의 엄마를 만나야하겠지?

아침에 일어나면 영어 듣기 시키고 학교 앞에서 기다리다가 수업 마치고 돌아오면 차에 태워서 학원에 데려다 주고 밥은 차 안에서 먹고 집에 들어오면 간식 먹인 후 바로 책상에 앉게 하고 물론 핸드폰도 못하게 해야겠지. tv도, 축구도 줄이게 해야지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운동은 무슨. 가끔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아들의 핸드폰 검열도 당연히 해야겠지...

이렇게 하면 내 걱정과 불안이 없어질까? 그렇게 사는 엄마들도 항상 걱정이던데 어디든지 내 아이보다 잘하는 아이들은 많이 있으니.

한참 아들 중 1때까지 이런 고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포기했다. 난 그런 부지런한 엄마도 아니고 정보력도 없고 정신력도 강하지 않는 엄마라서 포기했다.

포기하니 보인다. 불안과 걱정도 많이 줄어들고(완전한 포기가 아니라서) 저녁에 산책도 같이 할 수 있고 ‘무한도전’ TV프로그램도 같이 보고... 제일 좋은 건 아들이 너무 이쁘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아들이 너무 귀엽다. 아파트에 안 살아도 학원 옆에 안 살아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미래만 보던 나의 생활에서 지금이 보인다. 아직 나에게 주어진 것이 아닌 것에 집착하지 않고 포기하니, 얻어지는 것이 너무 많다.

고미아
42세.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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