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생태환경 고려 못해 폐사 부추겨

순천만국제습지센터(이하 습지센터)에서 인공 사육방식으로 전시·연출하고 있는 야생동물의 사육방식이 생태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야성을 가진 동물을 제한된 공간에 인위적으로 전시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모 환경단체 관계자는 생태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순천의 습지센터에서 자연을 표방하면서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지난해 12월 순천만을 찾은 댕기머리물떼새(위)와 날개깃이 잘린 채 습지센터에서 사육·전시되고 있는 댕기머리물떼새의 모습.
앵무새 등과 같은 야생조류를 제한된 공간에서 애완용으로 사육하기 위해서는 윙컷(wing clipping 날개깃 자르기)을 실시해야 한다. 순천시가 관리하는 자연해설가들은 그렇게 날개깃 뽑힌 물떼새를 가리키며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라고 탐방객들에게 해설하고 있다.

습지센터 내 야생동물원에 전시 연출 중인 장다리물떼새, 꼬마물떼새, 댕기물떼새의 경우 실내 전시를 하기에는 도입 초기부터 무리수라는 지적이 있었다. 야생 조류의 생태 기후환경과 사육 방식에 대한 공간·기술의 부족으로 이미 도요새 상당 개체수가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시 관계자는 순천만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옮겨와 탐방객에게 순천만의 살아 있는 생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시 목적이라고 밝혔다. 물떼새는 순천만과 같은 갯벌지역에서 서식하는 겨울 철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습지센터 조류 전시관에는 닭과 같은 가금류(알이나 고기를 먹기 위하여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을 통틀어 이르는 말)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적용시켜 바닥에 모래를 깔아 놓았다. 습지센터에서 폐사한 물떼새를 부검한 결과 갯벌 저서생물을 먹이로 하는 물떼새의 위에 상당량의 모래가 박혀 있었던 점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야행성인 수달, 오소리와 같은 포유동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먹이를 인공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문제인데다 야행성 동물을 주간 관람용으로 사육하는 것 자체가 생태환경 측면의 전시목적과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 습지센터 내에 사육·전시되고 있는 홍학 또한 날개깃이 잘려있다.
홍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육환경이 각기 다른 네 종류 홍학(유럽, 꼬마, 쿠바, 칠레)을 같은 공간에서 사육하는 점도 문제다. 대형 동물원의 경우 홍학을 전시할 때 대형 조류관에서 관리를 한다. 반면 습지센터에서는 윙컷한 홍학을 소규모 인공 연못에 전시 연출하고 있어 생태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마리당 600만원을 호가하는 홍학 50개체 중 3마리가 폐사한 원인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순천시는 야생동물 관리 주체로서의 단적인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좋아지는 것보다 나빠지는 것에 대한 리스크(risk)를 안고 시작한 사업이 원인이다.

습지센터가 전시동물에 대한 이해와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설계자, 건축시공자, 사육 관리자의 주체가 각각 다른 점도 문제였고 습지센터 공사완공의 시간적 촉박함, 동물의 도입지연과 적응력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전시 야생동물이 폐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야생동물 전문가는 습지센터의 경우 동물의 특성과 사육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관리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육동물의 폐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천만에 찾아오는 겨울철새를 볼거리로 한정된 공간에 전시하는 것은 폐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어 투자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취재 과정에서 순천시 관계자는 습지센터 야생동물원의 용역비 지출내역, 투자비용, 도입동물의 종류와 개체수, 사육방법, 조류의 폐사원인, 야생조류의 순치방법, 동물원 운용시스템 등 그 무엇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야생동물 도입초기 계약서에는 없었던 ‘알다부라 육지거북’을 수입하여 들여왔다.

습지센터에 전시되고 있는 야생동물은 용역운영업체에서 1년 동안 위탁관리 한다. 하지만 ‘알다부라 육지거북’은 계약 당시 품목에 없었던 동물이기에 다른 야생동물과는 달리 순천시가 관리주체를 맡아야 한다. 습지센터 건립 총사업비 443억 원. 야생동물 수입에만 105억 원이 들어간 사업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멸종 위기 종으로 분류되어 보호받고 있는 야생동물의 국가 간 거래협약서 자료열람을 거부하며, 폐사한 3마리 홍학도 용역비에서 삭감 처리했으며, 용역사업이고 네덜란드 동물원에서 적법하게 수입된 동물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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