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태·만·상·문·화·의·거·리- 이야기 둘

지난 5월 14일과 16일 이틀간 순천청소년수련관 3층 상영관에서는 제주4·3항쟁을 다룬 영화 ‘지슬’이 지역의 20여개 단체가 공동주최하여 상영되었다. 영화 ‘지슬’은 우리 순천의 아물지 않은 상처인 여순사건의 시발점이 되었던 제주 4·3사건을 이야기 하고 있음에도 순천 2개의 영화관에서는 상영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에 전교조 중등지회의 주관으로 한 영화관 상영관을 대여하여 자체상영이 된 것 뿐이었다. 이에 아쉬움과 필연성이 한데 뭉쳐 지역 단체들이 마음을 모아 상영비용을 부담하고 시민들에게 무료상영을 한 것이다.

2회에 걸친 영화상영은 180여석의 상영관을 꽉 채울만큼 호응이 높았고 뛰어난 작품성에 걸맞는 많은 시민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본 기자 역시 영화에 대한 감동이 벅차올라 그 여운에 밤을 지새울 정도였고 때문에 2회차 되는 날도 상영관을 찾았다. 두 번을 찾아간 이유는 또 있다.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간절함도 있었지만 다시 봐야만했던 지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14일 첫날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관람하던 지인은 9시무렵 자리를 떠나야만해서 영화 뒷부분을 보지 못했다. 이유는 지하 주차장에 주찬된 차량을 이동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될 때 상영을 맡고 있는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담당자로부터 영화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안내가 있었다. 음식물 반입금지, 에너지절약에 대한 정부시책으로 에어컨 가동이 어려우니 나눠준 부채를 활용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청소년수련관측으로부터 지하주차장이 9시에 문을 닫게되니 그 시간까지 차량을 이동해 달라는 것이다.

덥다는 불평은 에너지 절약차원이니 이해한다지만 영화가 9시 20분쯤에 끝나는데 9시까지 차량을 이동해 달라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요구다. 영화 상영시간을 거듭 전달하며 양해를 구하는 미디어센터 담당자의 통화를 옆에서 듣고 있자니 순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결국 설득은 되지 않았고, 안내방송이 되었고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할 수 없었던 지인은 중요한 영화 뒷부분을 상상에 맡긴 채 자리를 떠났다. 이후 지인의 말에 의하면 지하주차장 관리자는 열쇠꾸러미를 손에 쥐고 기다리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남겨진 지인 차량이 빠지기 무섭게 셔터가 내려가더라 했다.

▲ 순천시청소년수련관 주차장입구
시민을 위한 기관이고 버젓이 이용시간을 오전 9시부터 저녁10시까지 공지하고 있음에도 지하주차장은 9시까지 운영한다는 점은 어떻게 이해해야 옳을까. 현재 순천청소년수련관 지하에 주차장이 있는지도 모르는 이용자들이 많다. 적극 홍보하고 활용하여 정원박람회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문화의 거리로 유입될 수 있도록 버선발로 맞아들여할 기관에서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규정된 이용시간마저 임의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마감 9시는 과연 누구를 위한 울림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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