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이 무엇이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개 무농약, 무화학비료로 키우는 농업이라고 대답한다. 핵심을 짚은 대답이다. 그러나 내용을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큰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국내법은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을 2종의 인증단계, 즉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유기농산물은 기존 관행농업 경작지 가운데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전환기간 3년 이상 거친 경작지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은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기준과 충돌하는 모순을 보인다.

Codex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인데, 여기서 정한 유기농산물의 기준은  ‘농업생태계의 건강, 생명의 다양성, 생물학적 순환 등을 촉진시키는 하나의 사이클 즉, 전체적인 생산관리체계’다.

유기축산을 먼저 하든, 유기농업을 먼저 하든 이 사이클을 돌릴 수 있는 시작점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우리나라의 농업환경상 유기축산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Codex 기준을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유럽에서 수입되는 몇 십만 원짜리 유기농분유는 유기농으로 지은 곡물로만 만든 유기사료를 젖소농장으로 보내고, 그 유기사료만 먹고 자란 유기축산의 젖소에서 짜낸 우유로만 만든 분유를 말한다. 물론 유기사료의 원료가 된 곡물 역시 이 젖소들을 포함한 유기축산이 배출한 축분을 유기퇴비로 만들어 키운 것들만 사용한다. 결국 유기농업이 완벽히 하나의 사이클 속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이클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 분이 계실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Codex 기준이라는 것이 지역적 특수성과 다양성을 무시한 획일화된 기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도작 중심의 국가(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는 서구처럼 지역적, 기후적 특성상 처음부터 축산과 경종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국가와는 영농 환경부터가 다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와 같은 경종 중심 영농국가에게 Codex 기준 적용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Codex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서구의 기준을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게 강제하는 신자유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권장사항에 불과한 Codex 기준이 수출입과정에서는 문제 판별의 근거마냥 활용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전세계적인 유기농산물의 거래에서, Codex 기준 적용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우리나라의 유기농산물은 외국의 그것에 상대가 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농인증을 받은 오이 농가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 분은 유기농인증을 넘어 Codex 기준까지 충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양질의 고가 농산물을 생산하는데도 실소득은 일반 농가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문제의 핵심은 Codex기준을 충족할 만한 유기농자재가 국내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기농자재(유기농퇴비, 유기농영양제)를 이스라엘이나 덴마크, 캐나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비싼 값을 주고 수입해 쓸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그런데 이런 농업방식이 진정한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며, 국내의 여러 유기성자원(축산분뇨, 음식물 등)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수도작 중심 아시아 국가들의 특수성이 반영된 Codex기준으로 한국, 중국, 일본의 농민들이 단결하여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분명한 것은 지금의 Codex 기준은 준비 안 된 대한민국의 친환경농업에게는 명백한 폭력이라는 점이다.

김선일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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