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황우
순천제일대학교 평생교육원장, 공학박사
일반적으로 제어(control)란 사회학적으로는 상대편의 감정, 충동, 생각 따위를 막거나 누르는 상태를 일컫지만 공학에서는 시스템 전체가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기구가 맡은 역할과 동작을 수행하는 일련의 조작 과정을 말한다. 또한, 제어공학(control engineering)에서는 제어대상을 시설과 생산적 의미에서의 플랜트(plant), 일이 진척되는 과정이나 정도를 나타낸다는 의미에서의 프로세스(process), 체계, 조직, 제도 등 요소의 집합이나 요소와 요소 간의 집합을 의미하는 시스템(system) 등으로 부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스템은 공학적 의미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서 ‘세월호 참사’가 온통 사회적 분위기를 주도하는 현실에 있어서는 시스템이 갖고 있는 특성인 조직성과 체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하겠다.  

 요즘 많은 안전 전문가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사회 안전망에 대한 시스템 부재를 이야기하며 그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의 필요성을 논하고 있다. 그러면 제어대상인 사회 시스템을 잘 파악하고 컨트롤 타워만 구축하면 향후 이런 대형안전사고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안전시스템 구축과 컨트롤타워 신설 이외에 다른 필요한 요소나 기능, 역할은 없는가? 

 제어공학의 관점에서 자동온도 조절장치의 예를 들어보자. 실내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어의 대상이 되는 현실의 기온(제어량)이 측정하는 장치(검출부)에 의해 검출되고, 그 목표(목표값)와 현실적 기온(제어점)과의 차(편차)에 따라 조작용 신호를 만들며(조절부), 조절부에서는 공기 · 증기 · 온수량 등 실온을 바꿀 수 있는 양(조작량)을 밸브 댐퍼(조작부)를 조작하여 변화시켜 최종적으로 제어대상인 보일러나 에어컨 등(제어대상)의 온도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이러한 제어시스템이 제대로 동작되기 위해서는 검출부, 조절부, 조작부, 제어대상의 조직 구성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제어량, 목표값, 제어점, 편차, 조작량 등의 각종 물리량이 제어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동온도 조절장치의 관점에서 지향해야 할 ‘사회안전시스템’을 재구성해 보면 목표값은 ‘안전한 사회시스템의 구축’이 될 것이고, 편차는 이런 ‘안전시스템 구축과 대형사건 등을 통해 나타나는 현실과의 차이’일 것이다. 이러한 편차가 생기면 편차를 줄이기 위해 조절부인 ‘컨트롤 타워’에서는 ‘개인, 단체, 조직’이라는 조작부를 활용하여 ‘법률, 치안, 규정, 질서’라는 조작량을 변화시켜 ‘사회’라는 제어대상에 ‘안전을 도모하는 작용과정’을 거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제어공학적 관점에서 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 제어대상인 시스템(산업, 사회, 교통, 교육, 문화, 관광, 체육, 보건, 복지 등)에서의 분야별 맞춤형 안전에 대한 정확한 정의이고

둘째, 사회 안전 현실과 현상을 제대로 검출할 수 있는 검출기 기능의 회복이며

셋째, 사회 안전 목표와 현실 사이에 생겨나는 편차를 공정하게 비교․판단할 수 있는 조절부(제어부) 기능의 회복이고

넷째, 개인, 단체, 조직이라는 ‘조작부’를 제대로 운영․활용 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구축과 효율적인 훈련이고

다섯째, 우리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불안전 요소(인재 요소 포함)를 제거하여 자동적으로 안정한 사회를 만드는 강력한 ‘사회 안정화 자동 피드백(feedback) 시스템’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제어공학에서 제일 중요한 제어의 목표는 제어량의 안정화이며 이러한 안정도를 위협하는 요소 중에 외란(disturbance)과 잡음(noise)이 있다. 외란은 대부분 제어량에 영향을 주는 제어 불가능한 물리량으로, 잡음은 검출시 발생될 수 있는 검출기 성능의 한계로 정의한다. 따라서 대형 안전사고에서 항상 문제로 회자되고 있는 각종 인재(人災)요소들은 외란과 잡음처럼 제어가 힘든 요소가 아니라 얼마든지 노력과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제어량이다.  

 제어공학적 사고에서 한 가지 목표를 얻으면 다른 것을 잃게 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가 있다. 사회적으로 안전망 구축을 통해 생기게 되는 안전과 사회적 손실․비용과의 관계가 이에 해당한다. 그동안 항상 안전문제가 뒷전에 있었건 것은 안전이 사건․사고 등이 발생하지 않으면 크게 필요치 않는 초미지급(焦眉之急, 눈썹이 타 들어가는 아주 위급한 상황)의 한계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제어공학적인 관점과 사고로 세상의 안전 시스템을 바라보며 체계 중 부족과 누락된 것은 없는지 무사안일, 책임회피 등 각종 인재 요인은 없는 지를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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