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를 공부하며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교육현장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풍토를 바꿀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현직 학교장과 교육청 관계자들마저 “현재의 교육은 미래 세대를 기르는 교육이 아니다”고 단언하는 이 시절, 여전히 교육은 꿈쩍할 기미가 없지만 정책이 바뀌면 교육도 바뀔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은 아일랜드 전환학기제의 사례를 보았기 때문이다.

학교 안과 지역 사회가 소통하면 교육을 풍성하게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건만 3월이 가고, 4월이 가고 5월이 오는데도 자유학기제 시범교육청인 순천교육청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9월이면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는데, 새로운 제도를 시도할 학교 현장은 여전히 ‘고민 중’이라는 답변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 교사들끼리 밤을 새워 토론하고 연구한다 해도 자유학기제가 현재의 교육을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유학기제의 성공적인 도입과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위해 지역사회의 모든 자원들이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는 상상을 하며 순천언론협동조합 교육분과에서 지난 겨울부터 학생기자학교를 진행하고 올해 초 학생기자단을 꾸렸다. 지역의 역사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 나눌만한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학생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진로교육이 될 수 있도록 올해부터 ‘휴먼라이브러리 사람책 도서관’이라는 지면을 만들기도 했다. 다른 기관이나 단체도 변화되는 제도 속에 지역사회 학생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을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내용이 나오리라 예측했다. 학생 한 명에 두 명의 부모가 있고, 이모, 고모, 할아버지, 삼촌 등 그 학생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만일 학교에서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에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라고 지역사회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반응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지난달 P고등학교 진로교육의 일환인 ‘직업인들과의 만남’에는 학부모와 지역사회 인사, 27명이 참여해서 27개의 모둠으로 나뉜 학생들과 만나 강의와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그 중에는 광장신문 ‘휴먼라이브러리 사람책 도서관’에 소개된 사람이 다섯 분 정도 포함됐다. 반응이 참 놀라웠다. 학생들은 교사가 아닌 외부 인사들과의 만남을 신선해 하며 귀를 기울였고, 참여한 지역사회 인사들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의미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기쁘고 보람됐다”는 반응이었다. 동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람들끼리 이런 만남이 이어진다면 지역공동체가 좀 따뜻해지지 않을까? 지역사회 곳곳을 배움과 연결 짓는 상상을 하고, 시도해 본다면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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