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본지 논설위원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글을 쓰기도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럽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슬플 때 슬프다고 말하는 것이 슬픔을 이겨내는 힘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냅니다.

처음에 이 사건을 보면서 죽은 사람에 대한 슬픔과 나와 내 가족도 저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컸습니다. 그러다 점점 저 아이들을 저렇게 죽도록 만들어버린 누군가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분노가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넘어서고 있는 모습을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걱정이 듭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어떤 대상에 분노하고, 그를 탓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대상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그가 하는 짓에 따라 분노하고 불행해지고, 우리의 불행이 그의 행동에 의해 결정될 테니까요.
그래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기도를 하기로 맘먹었습니다. 그 기도는 미안하다는 기도입니다. 세월호에서 사람들이 저렇게 죽게 되기까지 내가 잘못한 걸 찾아봤습니다. 저는 사회문제를 연구하고 밝혀내서 개선하는 일을 업으로 삼겠다고 맘먹었습니다. 저는 이른바 연구자 혹은 글쟁이로 살고 있고, 연구 혹은 글을 통해 정부 정책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 제주도에 배를 타고 갔다 오면서 여객선 관리의 후진성과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습니다. 만일 제가 이 문제를 각종 언론을 통해 제기했더라면, 그래서 여객선 안전관리가 조금이라도 개선되었다면, 여객선의 안전을 관리하는 정부 주체가 만일 그 글을 읽고 점검을 한번이라도 강화했더라면, 저 사고를 막거나,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날 수도 있었습니다. 문제를 알았을 때 빨리 글을 써서 알리지 않은 것은 저의 잘못입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저는 작년에 해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해양쓰레기에 대해 강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해양쓰레기 교육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겐 위기 때 자기 몸을 보호할 줄 알도록 가르치는 안전교육이 훨씬 더 중요하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만일 제가 저런 경각심이 있었더라면 학생들에게 "배가 침몰할 땐 방송을 따르지 말고 갑판으로 나가 있다가 구명조끼를 입고 뛰어내려야 한다. 자기 목숨을 스스로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가르쳐 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저의 그 이야기가 다른 학생들에게 전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자신도 이런 교육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2007년 대선 때 저는 좀 더 열심히 해서 제대로 된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수도 있었는데 안했습니다. 그렇게 당선된 대통령은 규제를 완화 한답시고 여객선 연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했고, 그래서 일본에서 18년이나 운행되어 폐기 직전이던 세월호가 우리나라에서 운행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욕만 하면서 그냥 지켜보기만 했던 저는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남 탓만 하고 있으면 세상이 절대 안 변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내가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일을 찾고, 그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부터 해봅니다. 정말로, 정말로, 제가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이것은 앞으로 이 사회를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나마 실천하겠다는 슬픔과 애도와 분노의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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