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산초등학교 ‘학부모봉사분과’

지난 4월 13일 순천 송산초등학교 학부모회와 한려대 사회학과 학생들이 조례동 주공5단지 일부 가정을 대청소하는 자원봉사를 했다.

조례 주공 5단지는 980여 세대로 구성되어 있는 영구임대 아파트로 장애인, 한부모 가정, 새터민, 다문화, 조손가정 등이 살고 있다. 대부분이 기초생활 수급자다. 수급비에 의존하여 생활하다보니 사람들의 마음은 얼어붙어 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이 하루 하루 연명하는데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20년 동안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늙고 병든 어르신들과 어린 손자, 손녀들이 살고 있는 이 곳, 무슨 대책이 없을까?
장애인 인권상담센터 사단법인 사람사랑 정영섭 대표는 “이 곳의 생활환경을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던 중 송산초등학교 학부모인 이혜숙씨를 만났다.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던 송산초등학교 ‘학부모봉사분과’는 정영섭씨의 말에 이끌리어 조례 주공 5단지에서 청소봉사를 하기로 했다.

“순천이라는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따뜻하고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곳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쓰레기 더미에 묻혀 사는 집안을 청소하는 것에 앞서 주민의 마음을 여는 일을 해야 합니다.”

 지난해 지역 청년연대와 함께 사랑의 연탄 나르기 활동을 하고 있는 송산초등학교 학생들
 

송산초 학부모회는 “이곳에 사는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으려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2014년 첫 가족봉사활동지로 조례주공 5단지를 선택했다.

송산초등학교 학부모회와 한려대 사회학과 학생들의 청소 자원봉사팀이 현관문을 열고 입구에 들어서자 집 안은 온통 쓰레기 더미였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을 만큼의 자리를 제외하고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쓰레기를 하나씩 치워가는 봉사자들의 머리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바퀴벌레들, 찌그러질대로 찌그러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서랍장들 속에는 먹다 남은 통닭이 곰팡이와 바퀴벌레들의 먹이가 되고, 초절임무우는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그 사이에 살짝 삐어져 나온 사진들. 그 속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결혼사진과 아이들의 사진들이 한 장의 상장과 함께 가장 밑바닥에 놓여 있었다.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요

이혜숙씨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온전치 못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복지 예산으로 나누어줬을 쓰레기봉투들마저도 쓰레기로 둔갑해 이곳저곳에 처박히고 겨우 바퀴벌레들의 안식처만 될 뿐. 제 역할을 못하며 다른 쓰레기봉투에 쓰레기가 되고 만다. 복지예산이 쓰레기가 되고 있는 현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이런 상황을 개인의 탓으로 여겨야 할까? 머리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오가고 땀을 흘리며 두 시간을 넘게 치우고 나서야 겨우 발 디딜 곳이 생겨났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놀다가도 잠깐씩 도울 일을 찾았다. 부모들이 일하는 광경을 지켜본 송산초 4학년 김규민 어린이는 “와~아까는 지옥행 열차를 탄 것 같던 곳이 이제 사람이 살아도 될 만한 곳으로 변했다.” 며 기뻐했다. 송산초 학부모인 김효선씨는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정말 몰랐어요.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구토가 나는 걸 참느라 혼났는데 다음에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한려대 사회학과 임동호 교수는 “오늘 이 봉사활동에 어머님들의 힘이 없었다면 끝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산초등학교 어머님들께 너무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함께 노력해서 이곳을 아름다운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서로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이 사업을 제안한 ‘사람사랑’ 정영섭 대표는 “사람이 한생을 사는데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인간다운 권리를 누리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궁핍한 이웃들의 삶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는 이들의 삶이 왜 나락으로 떨어지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빈곤과 사회적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풀어갈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해결되기를 기원합니다. 그 길에 여러분이 먼저 힘을 보태 주어 고맙습니다.”
 

뭉클한 감동으로 시작

송산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학교에 안면 수술과 함께 생활환경 개선을 필요로 하는 아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한 아이를 위해 바쁜 와중에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담임교사를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과 그런 일에는 함께 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 마음이 송산 초등학교 학부모 모두에게 전해진 듯 그들은 그 아이를 위해 돈가스를 만들어 팔고 그 수익금으로도 부족하여 십시일반 보태 한 학생의 집짓기를 완성하였다. 순천시에서는 그 학생의 안면수술을 도와주었다.

그때부터 송산학부모회는 더 큰 나눔으로 함께하고자 ‘학부모봉사분과’를 만들었고 작년에는 돈가스 1000팩을 만들어서 학부모들이 나누어 팔아 화순에 있는 다문화가정에 ‘사랑의 집 짓기’ 후원금을 보냈다. 화순군에서는 이 일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도 이렇게 후원금을 보내는데 지역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며 자발적 후원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송산초 학부모회는 자신들의 봉사활동을 통해 자녀들의 삶이 ‘우리 사회 소외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이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족봉사활동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마친 이들의 땀 흘린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 송산초등학교학부모회와 한려대 사회학과 학생들이 쓰레기로 쌓여있는 곳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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