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정
아름다운가게
광주전남 공동대표
세월호 대참사 앞에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한 어른으로서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 무책임하고 무관심했던, 비겁한 어른들이 만들어낸 참사임을 고백하고 다함께 사죄해야 한다. 어른이라면 그래야만 한다.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공포 속의 우리 아이들과 지금도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생각나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과 함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너무도 죄스럽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착했다. 착해서 목숨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더 아프고 미안하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라는 문자를 엄마에게 보내는 착한 아이들,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엄마를 먼저 생각하는 착한 아이들이었다.

얼마 전 나는 흩날리는 꽃비에 이 나라 역사만큼 서러운 삶을 살다간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한 없이 흐르는 눈물 속에 거부할 수 없는, 이 나라 정치의 질곡에서 서러운 전남의 눈물을 닦아내는 건 정치인들의 변화이고 그 변화를 만드는 일에 함께 하라는 울림을 받아들였다. 바로 생명이 먼저인 세상, 우리의 엄마들이 꿈꾸어왔던 그 세상을 정치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일에는 조건의 한계가 있지만 그 한계에서마저도 한번 해보아야겠다는 각오를 가졌다.

그러나 세월호 대참사로 전국이 오열하고 아직도 수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움으로 부끄러워해야 함이 마땅함에도 정치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정치는 음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차마 글로 표현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도하며 통곡을 하였다. 지금껏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남과 북, 영남과 호남,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뉘어 다툼으로 서로의 입장만을 고집하느라 가장 지켜내야 할 기본이 무너져 있었던 것도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 하였다는 게 맞을 것이다. 안전불감증, 도덕불감증, 무책임, 무관심만이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이 상황까지 되는 것은 정치인들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 정치를 바르게 지켜내지 못한 국민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 것 같다. 이제, 정말, 더 이상은, 이대로는 안 된다. 이 상황에서도 정신차리지 않은 정치인이고 국민이라면 정말 나쁜 국가이다.
새정치의 주인은 단언코 국민이다.

새정치는 이것만이라도 알고 회복시켰으면 좋겠다. 두 번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은 나라를 위해 모두 각성하고 누구 탓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좋은 정치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희망이 없을 것이다. 국민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서로 다름을 종합해내고 국민을 행복하게는 못해 주어도 죽음의 사지로 몰아내지 않은 근본적인 것만 해내도 국민들에게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정치로 신뢰를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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