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우리나라는 수입쌀을 정부가 관리하면서 농협 등을 통해서 통제해 왔다. 하지만 쌀 관세화는 곡물메이저 등 자본의 이익에 의해 수입쌀이 관리되고 통제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우리농업은 무너지게 되고 우리국민의 주식인 쌀은 외국의 곡물메이저에 맡겨지게 된다. 밀과 옥수수는 이미 외국 곡물메이저에 넘어갔고 정부는 이제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쌀마저 넘겨주려 한다.
농민들은 쌀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데 정부는 이제 쌀도 버려야 한다고 외치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율은 23%이다. 여기서 쌀을 빼면 4%도 안 되는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쌀자급율 또한 2011년부터는 80%대로 떨어져 우리나라에서 농사지은 쌀로 국민들을 먹여 살릴 수 없는 쌀 부족국가가 되고 말았다.
 
이는 정부의 무분별한 수입개방으로 쌀농사 포기, 타작목전환 등과 함께 농지규제 완화로 인한 쌀 재배면적 감소가 원인일 것이다.

정부는 쌀이 부족하자 수입쌀과 국내산 쌀을 섞어 팔수 있도록 했고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쌀은 부족한데 농민들의 쌀값은 계속해서 떨어졌고 95%수입쌀과 5%의 국내산 쌀을 섞은 혼합미가 마치 국내산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고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 쌀 자동관세화를 주장하면서 고율관세로 쌀 수입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전혀 타당성이 없는 이야기이다.

WTO 농업협정문 그 어디를 살펴봐도 2015년 이후 쌀 관세화를 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회원국의 권리인 협상도 하지 않고 스스로 협정문을 유추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

정부도 농민들이 주장하는 ‘현상유지’가 최선의 방법이라 이야기한다. 최선의 방법을 위해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최악의 선택인 ‘관세화’를 주장하는 정부를 보면서 농민들은 끓어오르는 화를 감출 수가 없다.
정부는 이런 농민들의 심정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는가 묻고 싶다.

며칠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준비한 쌀 관세화 토론회가 서울에서 있었다. 농민들의 입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농림축산식품부가 농민들과 정반대되는 주장을 놓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또한 일부 농민단체까지 쌀 관세화를 찬성하는 입장을 내보였다. 하나로 뭉쳐도 모자랄 지금 농민들이 흩어지고 있다. 지역에서부터 쌀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

쌀은 상품이 아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민족의 먹을거리였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식량이다. 정부의 안일한 행동으로 우리국민의 주식인 쌀이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농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관심가지고 지켜봐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박필수
순천시농민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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