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고혈압은 생활습관병의 일종이라서 꾸준히 관리하고 조절하면 별 탈 없이 천수를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관리와 조절이 대부분 혈압약 등의 신체 외적 처치를 통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보고 어그러진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비만을 관리하고 짠 음식이나 과식을 삼가며 인스턴트 음식이나 음주,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제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혈압을 측정하고 어제의 일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혈압약을 복용하고 계신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급한 혈압약의 복용 중지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음을 잊지 마세요. 혈압약은 작용기전에 따라 이뇨제, 교감신경 수용체 차단제, 혈관 확장제, 칼슘 길항제, 변환효소 억제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런 작용을 하는 혈압약이 꾸준히 몸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우리의 몸은 이미 조절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예고치 않은 혈압약의 중지는 인체의 반작용으로 급격한 균형파괴에 이를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공급되던 약물이 일시에 중지되면 몸은 당황하게 되죠. 꾹 누르고 있던 용수철을 갑자기 놓아버리면 강하게 튕겨 오르게 되는 현상과 같은 모습이 몸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후의 문제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바둑에도 선수로 두어야 할 곳이 있고, 사랑을 할 때도 순서가 있지요. 이처럼 혈압약을 끊을 때도 순서가 있습니다. 꾸준히 몸을 만든 후 혈압이 조절된 연후에 혈압약을 아주 조금씩 감량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바둑을 지게 되고 사랑은 말없이 떠나게 되며 자신의 몸은 오래도록 가시밭길을 헤맬 수 있습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속도 경쟁하듯 빨리빨리 후다닥 처리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행정이나 정치도 효율성보다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관점이 더욱 호응을 받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듯, 우리의 몸도 천천히 좌우를 돌아보면서 느긋하게 자신을 가꾸는 방법이 더욱 바람직한 시대입니다. 자신의 몸이라고 군사통치시대처럼 대책 없이 굴리고 있지는 않은지, 내 안에 또 다른 통치자를 섬기고 있지는 않은지 차분히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식이 조절, 유발 인자의 제거, 운동, 체질 변화 등에서 먼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100일 기도하듯 100일만 실천하시면 예전과 다른 한 줄기 빛이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