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담벼락에 ‘자가용 2부제 운영, 박람회 성공의 시작입니다’ 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시민은 시키는대로만 하면 성공하는 것일까? 그간 순천시는 정원박람회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관심을 긍정적으로 모아내지 못했다. 순천만 습지보존을 바라는 마음은 같은데 정원박람회에 대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반대파가 되었고, 관중이 되었다. 이미 시작돼버린 정원박람회. 계속 무관심한 관중처럼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기왕 시작된 일이니 지금이라도 순천만 생태계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야겠다. 시민들의 지혜를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는 곳마다 질문을 던져본다. 제 앞길만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정원박람회에 대한 의견은 있다. 각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있다면 그런 계기를 통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지 않을까? 하다못해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일에서부터 집 주변의 환경을 곱게 가꾸는 일까지, 만나서 이야기 하다보면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마련이다. 세계적인 생태도시 프라이브르크도 그런 참여를 통해 주목받게 되지 않았을까? 며칠 전 순천작가회의 소속 시인에게 질문을 했다. “정원박람회 준비하면서 작가회의의 협조를 요청하던가요?” 그 시인은 피식 웃으며 “아니”라고 답했다. 다시 질문했다. “순천만 생태계보존을 위해 정원박람회를 한다는데 내용적으로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민의 의견이 필요하다. 시인으로서 당신은 어떻게 기여할 생각인가?” 시인은 이랬다. “그런 것 해도 소용없어. 그들은 듣는 귀가 없어.”

지난 5월 3일 순천시청에서 ‘정원박람회 사후 활용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있었다.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토론회는 이후에 추진할 순천시의 사업설명회같은 느낌이었다. 순천만 보존의 틀을 만드는 것은 시민 모두의 관심사다. 공론의 장을 통해 시민 각자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지혜를 모으고 반영이 된다면 참여는 당연지사다. 일방적인 행정은 구경꾼과 비평가만 늘어날 뿐이다. 후손에게 물려줄 순천만을 위해 무엇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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