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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통 안에 든 개구리요!”봉두마을 주민 위성산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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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승인 2014.04.03  16: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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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역사를 지닌 여수시 율촌면 산수리 봉두마을은 봉황이 날개를 펴고 마을을 감싸고 있는 형상 때문에 봉두라고 불리고 있다. 앵무산 기슭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 1970년 초반부터 설치한 고압 송전탑 20기와 고압 송전선로에 둘러싸여 있다. 200여명의 주민들은 고압 송전선로의 전자파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재산상 피해도 크다. 뿐만 아니라 불임 소가 늘어나고, 기형 송아지가 태어난다. 게다가 벌의 유충까지 녹아내려서 생태계까지 파괴되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송전탑반대주민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인터뷰 하러 대책위의 작은 컨테이너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올해 농사준비로 한창 바쁠 철에 할머니 여섯 분과 아저씨 두 분이 시름에 젖어 앉아 계신다.

   
 

우리를 보자 할머니 한 분이 “제발 좀 도와주씨요” 말하니 위성산(61세) 대책위원이 “이 사람들은 힘이 없어요. 그렇지만 우리 마을 상황을 한사람이라도 아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한다.

작년에 할아버지를 암으로 먼저 떠나보내신 황규엽 할머니는 췌장암 수술을 두 번 받았다. 그러다가 결국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어제 출상했다 한다. 슬퍼할 겨를도 없는 할머니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철탑이 둘러싸여 답답해서 생병이 나는 것 같애.”
“높은 사람 있는 데는 철탑을 다 피해서 놨어.”
“철탑 아래 있는 밭에서 도라지를 캐는데 머리가 땡겨 올라가는 거야.”
“우리는 통 안에 든 개구리요.”

송전탑과 송전선로에 갇힌 주민들은 이웃 사람들이 암이나 백혈병 등으로 인해 하나 둘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럽다. 언제 무슨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밀양 송전탑 사건처럼 될 것 같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노후를 평안하게 지내고 싶은 꿈은 사라지고, 마을 전체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암 발생 및 각종 질병 증가
   
▲ 위성산 씨가 아픈 몸을 이끌고 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 다녔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어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봉두마을이 고향인 위성산씨는 자신이 20대 초반부터 생긴 고압 송전탑에 대해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하지만 안 좋은 느낌은 있었다. 전화기도 제대로 안 터지고, 라디오 방송도 제대로 안 잡혔다. 게다가 비바람이 불 때면 ‘찌리릭’거리는 소리가 들려 밖에도 못 나갔다고 한다. 그는 2009년 3월에 서울 아산병원에서 척수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5년 동안 투병 중이다. 며칠 전에는 서울 아산병원에서 MRI 검사와 근전도 검사, 근력검사를 했는데 100만원이 들었단다.

“살점을 오려내는 듯한 통증을 하도 견디기가 힘드니까 목숨을 놔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의사한테 이 병이 뭣 때문에 온 것인지 물어 봤어요.”

의사는 이 병이 술, 담배나 과로로 해서 온 병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몸이 아프니까 고압송전선로의 전자파가 건강에 미치는 문제에 대해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한국전력에서는 전자파 피해가 증명된 바가 없다고만 한다. 전자파의 피해가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암이나 중병에 시달리는 경험을 가장 타당한 근거로 삼을 수 있는데 말이다. 송전탑 주변 마을 주민들이 암과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데도 정부는 왜 정확한 조사를 하지 않는지 안타깝다.
 

관련 기관의 무성의한 태도
기존 20기의 송전탑이 있는데다 또다시 6기를 더 증설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받아가라는 공문이 왔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반송을 했더니 강제로 받아가라고 공탁금을 걸어 놓고 공사를 진행해버렸다. 주민들은 보상금을 받는 대신 땅을 내어 줄 테니 마을을 통과하는 송전선로를 마을 뒷산으로 이전하고 지중화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법적으로 하자 없이 공사를 했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한전에서는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봉두마을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다른 곳에 선례가 되어서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말도 안 되는 거지요.” 주민들과 진정한 대화를 하지 않는 한국전력의 성의 없는 태도에 더욱 더 화가 난다고 한다.

작년 4월 23일 송전탑을 더 증설하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그는 마을 주민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시청을 찾아갔다. “시청에서 왜 가만히 보고만 있느냐. 왜 승인을 해 줬나”라고 물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 산업통상부, 도지사한테 탄원서를 보냈는데 답변은 전부 한국전력으로 미룬다.

요즘 그는 주민들과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공사 재개를 막기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밀양에도 2번이나 다녀왔다. 한국전력 본사에 마을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위해 찾아갔다. 성치 않은 몸으로 많은 일을 하기에 출가하여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자식들은 늘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한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할머니 한 분이 “우리들이 싸울 때 도와주러 올 거요?” 묻는데 선뜻 대답을 못했다. 돌아와서 내내 너무 미안했다. 양지바른 산기슭에 피어있는 할미꽃처럼, 꼭 그만큼 웃는 할머니들의 환한 얼굴을 보고 싶은데……. 모두가 쓰는 전기 때문에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데, 송전탑 문제를 그들만의 문제로 방치해도 되는 걸까. 봉두마을 할머니들의 신음과 위성산씨의 탄식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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