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놀던 아이가

마음을 접으며 기도라도 하듯

백지를 납작납작 접어줍니다

백지도 그의 손을 접어 줍니다

 

그의 손은 이따금 귀 떨어진 鶴 울음 소리를

가까운 하늘로 놓쳐 버린 모양입니다

 

그러자 아까부터

하늘을 파랗게 쳐다보는

그 아이 옆에

울 듯 울 듯 서있는 어린 鶴입니다

 

옛날에 鶴은

사람을 등에 태우고

기울기울 하늘에서 내려 왔다가

神같이 좋게 날라올랐을 것입니다

서정춘:
등단 스물여덟 해만에 시집『죽편』을 펴내면서 "아, 나의 농사는 참혹하구나/흑!/흑!" 슬퍼하던 서정춘 시인의 감춰진 마음을 싣는다.
1941년 순천 태생 /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 2001년 제3회 박용래문학상 / 2004년 제1회 순천문학상 / 시집 :『죽편』(1996),『봄, 파르티잔』(2001),『귀』(2005),『물방울은 즐겁다』(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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