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자원봉사에 의한 공동생산(Co-produntion)으로 풀면 어떨까요?

▲ 장용창
 행정학 박사
2014년 올해부터 초등 1,2학년 중 신청한 사람은 누구나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부실 운영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2월 3일자 EBS 뉴스를 보면 2014년 학부모 수요조사에서 45만명이 돌봄교실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필요한 예산은 6100억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확보된 예산은 3900억원으로 65%밖에 안된다는 것이지요. 제 딸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 돌봄교사 한 명에 원래 정원은 30명이었는데,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바꾼 이후 40명이 훌쩍 넘었습니다.

교사는 한 명으로 정해져 있는데, 학생들의 수는 늘어나기 때문에 부실 운영은 당연한 겁니다. 우리 딸을 맡고 있는 돌봄교사는 심지어 책도 보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텔레비전만 보라고 애들한테 명령을 했다고 합니다. 선생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슨 벌을 준다고 협박까지 했다나요. 그래서 우리 딸 친구의 엄마가 돌봄교실에 애를 데리러 갔더니 정말로 애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꼼짝 않고 있더라네요.

그런데, 학부모들은 돌봄교사에게 불만을 갖기보다 오히려 이해된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초등 1,2학년이면 완전 애기들이라서 중구난방 뛰어놀 나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맘대로 놀게 했다가는 인원 파악도 안되고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우선 안전을 지키려면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질서를 잡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돌봄을 못 받아서 불만, 돌봄교사들은 늘어난 아이들 때문에 불만, 학교장은 교육청에서 예산도 늘려주지 않으면서 애들만 늘리라고 해서 불만인데, 교육청이나 정부는 돈이 부족해서 예산을 늘려줄 수가 없습니다.

이걸 학부모 자원봉사로 해결하면 어떨까요? 학교장이 학부모들에게 알려서 돌봄교실을 도와줄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겁니다.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도와줄 일은 간단합니다. 애들이랑 같이 책이나 읽어주고, 놀아주고, 돌봐주고, 뭐 그런 것들이죠. 그래도 바로 이런 활동들이 돌봄 교실의 핵심 서비스 아닐까요? 저도 애들을 돌보다 보면, 어른 한 명이 있는 거랑 두 명이 있는 게 천지차이입니다. 아마도 돌봄교사 혼자서 네 시간 정도 애들을 돌볼 땐 아마 정신 없어서 화장실도 맘대로 못 갈 정도로 노동강도가 강할 겁니다. 자원봉사자가 한 명만 있어도 돌봄교사의 노동강도를 줄일 수 있고, 그래서 애들에게 좀 더 친절하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학교에서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것은 교육 선진국일수록 시스템이 잘 되어 있습니다. 서유럽에선 이렇게 학부모가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을 공동생산(Co-production)이라고 부릅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냐 하면요, 교육이라는 걸 학교라는 생산자가 생산하는 상품으로 본다면, 학부모는 그 소비자거든요. 그런데, 소비자인 학부모가 교육이라는 생산을 도와주는 거니까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으로 생산한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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