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섭
대대교회 목사
우리 교회는 환경 세미나를 준비하는 중에 있다. 평소 환경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느껴오던 바 우리 지역의 교회들을 초청하여 “생태계 위기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강좌를 열게 된다.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참석자들을 위한 식사준비의 과정에 대해서다.

무슨 행사이든 참석자들을 위한 접대가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때론 본 행사보다 부수적인 대접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먹고 마시는 일에 충족이 되지 않으면 마치 실패한 행사로 치부되기도 한다. 반대로 본 행사는 부족한 듯해도 입이 즐거우면 웃음꽃이 피고 만족한 행사였다고 후한 평가를 주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초청하는 입장에서 음식대접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환경보호와 배치하는 음식을 차리지 않을 작정이다. 일례로 소고기 요리를 빼기로 했다. 고기 없이 식탁을 차리게 되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소를 길러 고기로 먹는 것보다 식량을 심어 먹는 것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에게 양식을 공급할 수 있으며, 가축의 분뇨로 인한 수질오염과 가축들의 트림과 방귀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또 육식을 적게 함으로써 인류 건강에도 커다란 공헌을 할 수 있다.

대신 채소요리를 하려고 한다. 이러한 논의가 책임자인 필자로부터 시작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의미 있다. 음식 요리를 맡은 분들이 환경의식이 없으면 갈등이 빗어질 만한 사안이다. ‘어찌 고기 없는 반찬을 준비하여 손님을 대접할 수 있습니까?’라고 얘길 하면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해도 마음까지 설득할 수는 없다. 그런데 고맙게도 주방을 움직이는 분들이 먼저 제안을 해온 것이다. 그만큼 교우들이 환경의식이 갖춰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 가지 원칙을 추가했다. 이번 요리는 최대한 우리 지역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마침 봄철이니 각종 채소는 물론 지천에 널려 있는 나물들을 캐서 식재료로 사용하자고 했다. 우리 지역에 많이 나오는 친환경 청정미나리가 메인요리가 될 것이다. 이로서 이번 행사에 차려질 음식은 푸드 마일리지 제로에 가까운 수치를 나타낼 것이다. 가장 건강한 식탁은 제철에 나오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며, 운송과정이 생략되어 밭에서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번 식탁이야 말로 우리 손으로 직접 기른 것을 사용하는 것이니 최고의 식탁이 아니고 뭔가.

여기에 한 가지 첨가할 것이다. 필요한 만큼 덜어서 먹게 함으로 버려진 음식을 없게 하려고 한다. 우리는 줄곧 해온 일이어서 자연스럽지만 손님들에게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감행할 작정이다. 환경보호란 머리로나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환경사랑은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기본적으로 환경을 사랑한다. 모든 세계가 창조주 하나님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믿기 때문이다.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훼손하는 일은 창조주에 대한 도전이다. 예배하고 봉사하는 것만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 자연을 보호하는 것도 하나님의 일이다. 또 이웃사랑에 대한 실천이기도 하다. 자연은 우리만 아니라 이웃도 함께 사용한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함께 사용하는 이웃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어서 이웃사랑에 배치되는 일이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환경 사랑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는 모든 분들이 조용한 혁명을 실천하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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