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그 사건 후, 학교는 변할까?

 금당고 사건 이후 “이런 아픔을 겪은 순천부터 교육이 바뀌어야한다” 는 이야기를 곳곳에서 한다. 경쟁과 성공이 가치의 중심인 한국 사회에서 단위 학교의 교육에 미동이라도 있을 수 있을까? 곳곳에서 변화를 말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순천지역 교육 관련자들의 성찰과 시도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베르톨드 브레히트의 시‘톱질하는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들은 그들이 앉아있는 나뭇가지들을 계속하여 톱질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톱질할 수 있는지를/ 서로서로에게 소리쳐 가르쳐 주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심연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톱질에 열중하였다.
 

금당고 송군 장례 치르고 교육관계자들 학교 측과 면담

 담임교사에게 체벌을 받은 날, 돌연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사망한 금당고등학교 송세현(19)군의 장례가 3월 14일 유족과 학우들의 오열 속에 치러졌다. 유족들은 14일 오전 9시30분 순천시립화장장에서 송 군을 화장한 뒤 그동안 공부했던 금당고등학교로 이동해 오후 12시 고별식을 가졌다. 학교 별관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유족과 교사, 학생, 순천지역시민사회단체 등 1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세광 목사의 집례로 고별 예배가 진행됐다. 송 군의 영정과 유골함은 줄지어선 학우들을 지나 공부했던 3학년 교실에서 친구와 교사, 유족과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순천시립공원에 안치됐다.

송 군의 영정이 순천시립공원으로 떠나고, 시민사회단체와 학교 관계자들이 교장실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전남교육희망연대, 전교조 전남지부, 전교조 사립지회, 호남철도협동조합, 노동당전남도당, 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의견을 주고 받으며 네 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학교법인 청강학원 이사장은 공개석상에서 유가족에게 사과할 것, 학교당국은 부검결과 이전에 유가족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할 것, 전남도교육청과 순천교육지원청은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고 출석부 조작에 대해 적법한 조치를 하라”는 내용을 전달하고, 향후 전남지역과 순천지역에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 14일 장례를 마치고 교장실에서 교육단체 관계자들과 학교 측 면담이 이루어졌다.

전교조 광주전남 이기남 위원장은 “금당고 사건은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입시경쟁교육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방학 중에 일어나는 보충자율학습 등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경쟁교육의 폐해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순천사립지회 안준철 지부장은 “학교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보충자율학습을 통제하기 위해 생긴 일로 이런 처절한 아픔을 겪고도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지성인이 아니다. 철저히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순천교육공동체 시민회의와 순천 YMCA 등 시민단체는 당일 성명서를 통해 “청소년들이 그릇된 사회문화 풍토와 무한 입시경쟁, 성적지상주의로 죽음의 벼랑 끝에 내몰리다가 스러져 가지만 정작 사회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복할 뿐 바뀌는 것은 없었다”며 “故 송세현 군의 죽음 앞에 학교폭력의 대책으로 가해자를 적발하여 처벌하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응당 잘못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만, 그 자체가 학교폭력의 근본 대책이 아님을 알기에 다시 한 번 반복되는 주장을 하는 현실에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 학교를 변화시켜 평화와 인권이 보장되고 안전한 미래를 꿈꾸는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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