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이·사·람-전남자연과학고 여종현 선생

 
여종현 선생은 1958년 생(만 56세)으로 명예퇴직을 했다가 현재 전남자연과학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농업교사이면서 식품 가공 분야 교육을 맡고 있다. 학생들은 식품가공을 좋아할 것 같지만 관심 없어 하는 아이들이 더 많은 편이다.

젊고 생기발랄한 교사가 아니어서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그에게 학교에서 담임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지만 학교 사정 상 맡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달리 방도가 없어 답답해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다.
“하나님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도무지 자신이 없습니다.”
기도가 이어지는 어느 날 응답처럼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네가 그 애들의 아버지가 되면 어떻겠니?”
자녀들이 장성하여 집을 떠나있어 쓸쓸함을 느끼는데 입양아를 키우는 설렘으로 이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어봐?
학생들의 아버지가 되어보는 것, 교직생활에서 해 볼만 한 일이었다.

입학식 후 아이들과의 첫 만남에서
“담임을 맡게 되어 어려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너희들 아버지가 되려고 한다. 아빠라고 불러줄 수 있을까?” 물었다.
 새내기로서 긴장과 함께 불안한 마음으로 무표정하게 앉아있던 아이들이 그 제안을 신기하고 재미있어했다. 
“애들아 안녕 ~” 조회때 인사를 하면, 아이들은 “네 ~ 아빠.” 하며 멋쩍게 웃는다.
장난스럽기도 했지만 교실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 자신부터 마음가짐이 예전 같지 않았다. 아버지의 마음을 주니까 학생들의 태도가 달랐다.
서둘러 스마트폰 밴드를 만들고, 학부모 카카오그룹을 만들었다.
거기에 들려주고 싶은 글들을 올리면 학생들 반응이 너무 좋다고 한다.
‘최고예요’ 가 연방 달린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결석, 지각, 조퇴 없는 아주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주 가정방문기간이었다.
학생들은 가정방문을 하겠다는 말에 “오셔도 엄마, 아빠가 안 계셔요.” 하며 싫어했지만 학생들의 사정을 제대로 알아야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직접 찾아갔다. 집안에는 이불과 빨래가 널려있었다. 학생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어떤지 보며 자신이 ‘교사로서 지식 교육보다 아비의 마음으로 인성교육과 가정교육을 담당해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화이트데이에는 뭔가 마음을 전하고 싶어 막대사탕을 선물했다. 막대사탕을 빨고 다니는 것이 싫지만 학생들은 사탕을 선물 받았다는 사실에 너무 즐거워했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사랑을 느꼈다는 그는 수줍은 미소로 말한다. “나이는 먹었어도 지금까지 생각으로만 꿈꾸었던 교육을 한 번 해 보자는 마음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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