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학 박사
오늘은 일석이조(一石二鳥)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단백질이 부족했던 옛날, 돌팔매 한번에 두 마리 새를 잡는 건 대단히 좋은 일이었죠. 하지만, 요즘처럼 인간에 의한 오염과 자연파괴 때문에 새들이 죽어가는 시절에 새를 잡는 건 나쁜 일이겠죠. 그래서, 오늘은 일석이조를 좀 안 좋은 뜻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중앙정부 예산이라는 하나의 돌이 지방의 환경과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아름다운 새를 죽이는 원리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근 통영에서는 두 명의 잠재적인 통영시장 후보가 중앙정부 예산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지원하는 생태하천 사업 예산을 A후보가 시장이던 시절에 따왔더랍니다. 그런데, A후보가 시장에서 물러나 후 현재 시장은 환경부 생태하천 사업에서 확보된 국비를 반납해 버렸습니다. 1.3km의 서호천을 복원하는 이 사업의 총사업비가 420억원(국비 294, 도비63, 시비 63)이었는데, 현 시장은 시예산인 63억원을 쓰는 게 아까웠다는 것입니다.

환경부가 추진한 생태하천 사업은 ‘청계천+20’이라고 부르는데, 환경을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청계천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였지요. 그런데, 청계천 사업의 본질은 먼 산에서 깨온 돌을 하천에 깔고 물이 안 새도록 콘크리트로 잘 바른 다음, 한강에서 전기모터로 물을 끌어와서 청계천에 흘려 넣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름은 생태가 어쩌니 저쩌니 하지만, 이건 완전히 인공적인 시설물을 만드는 토목 사업에 불과합니다. 통영 서호천의 경우 1.3km 사업에 420억원이 들었는데, 전국적으로도 1km에 1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요. 1km 하천에 돌 깔고 물을 억지로 흘리는 사업에 100억원이라니, 이게 여러분 돈이라면 그렇게 쓰시겠습니까?

환경부의 생태하천 복원 사업은 환경과 민주주의라는 두 마리 새를 한꺼번에 잡아버리는 못된 일석이조 사업입니다. 멀쩡한 하천에 돌 깔고 물을 펌프로 흘리면 어떻게 환경이 살아나겠습니까? 경남 창원에선 생태하천 사업 이전에 남천이란 곳에서 관찰되던 멸종위기종 수달이 하천 사업 공사 한다고 교란되어 이제 더 이상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저런 국비 사업들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의 문제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환경과 민주주의를 둘 다 잡는 안 좋은 일석이조 효과를 가지는 국비 지원 사업을 지자체가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지자체장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은 국비를 따오는 것만이 지방의 살 길이라고 선전하며, 그 일을 하는 데 주력할 것처럼 홍보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국비 예산이 오히려 예산만 낭비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또한 좀 더 학문적으로 말하면, 국비 예산을 따오려고 경쟁하는 것은 전형적인 공유지 비극의 일종입니다. 즉, 지자체가 서로 국비를 따내려고 경쟁하는 바람에, 소중한 국가 예산이 황당한 사업으로 낭비되는 것입니다. 저 새만금 사업을 보십시요. 수십조원이 낭비되고 환경도 파괴하는 저 사업을 그 동네 지자체는 계속하려고 그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 예산이 지방의 환경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지방자치도, 환경보호도, 민주주의도 어렵습니다. 순천에서라도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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