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최초‘예빈(礼貧)’銘 분청사기 확인

덤벙 분청자기는 도기에 백토를 입혀 구워낸 자기로 보성군 득량면 도촌리 일대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덤벙 분청사기 생산지였음이 확인되었다. 보성군은 지난 7일 득량면 도촌리 분청사기 도요지 발굴조사 현장 보고회를 갖고 2006년 전라남도에서 실시한 문화재 지표조사 근거를 토대로 2014년 1월 3일부터 3월 6일 까지 1900㎡의 면적을 대상으로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덤벙 분청사기를 비롯해 대접, 접시, 종지, 병, 항아리 등 3000여점의 유물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 보성 도촌리 가마터에서 발굴된 덤벙(분장) 분청사기
▲ 예빈 명이 새겨진 보성 덤벙(분장) 분청사기 유물

보고자로 나선 (재)민족문화유산연구원 한성욱 조사단장은 “국내 최초로 덤벙(분장) 분청사기 가마터를 발굴 조사하여, 전라남도 최초로 ‘예빈(礼貧)’이 새겨진 분청사기를 확인하였으며, 이는 도촌리 가마가 국가에서 필요로 했던 고급 공납자기를 생산하였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예빈’은 예빈시(禮貧寺)를 뜻하는 것으로 외국 사신 등 빈객들에게 연회를 베푸는 일과 종실(宗室)을 비롯하여 재신(宰臣)들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일 등을 관장하던 관청으로 ‘예빈’이 새겨진 그릇이 출토된 가마는 국가에 공납하던 자기를 생산하던 곳으로 기술이 우수하며 품질이 좋았다는 핵심자료이다. ‘예빈’명 분청사기가 출토된 가마터는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8곳만 알려져 있으며, 관청 이름을 새긴 분청사기의 제작은 태종17년(1417) 호조에서 공납용 자기에 관청 이름을 새기도록 건의하여 새기고 있어 도촌리 가마가 1417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운영되었음을 입증했다.

도촌리 가마터에서는 상감과 조화, 박지, 철화, 귀얄, 덤벙 등 분청사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모든 시문기법이 확인되었다. 강정숙(전 충북대학교 고고미술학과) 교수는 “보성 도촌리 가마는 15세기 중후반 경에 사용된 것으로 시기를 추정한다며, 보성 덤벙 분청의 경우 90%이상이 백토 물에 그릇을 덤벙 담갔다 꺼내 표면을 맑고 밝게 백자 화 하려했던 덤벙(분장) 분청이며, 이 기법은 전라도 고흥지방의 기법과 쌍벽을 이루는 특색이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15세기 중반에는 이미 중앙관청에서 전국 일등 장인을 뽑아 백자 가마를 국가가 직접 운영(경기 광주지방)했던 점을 미루어 보성 덤벙은 ‘예빈’이라는 관청에 자기를 상납했던 것으로 공납용이라 해도 그릇의 작품성을 비추어 최상급 관요 자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보성 덤벙 분청사기는 백자분장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공납보다는 오히려 밝고 단아함이 깃든 대중성 있는 분청사기를 많이 생산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 (재)민족문화유산연구원 한윤선 부장이 발굴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보성 도촌리 가마터는 발굴 현장인근이 사유지(묘지)라는 근거로 충분한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가마가 확인돼지 않은 점 등이 아쉬움으로 남아 덤벙 분청사기의 생산과 유통 구조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추가적인 발굴과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보성군은 향후 도촌리 일대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면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보성 다향제 녹차 대축제’ 등 전통 차 문화와 연계하여 문화 관광자원으로 적극 보존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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