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DMZ평화생명동산’정성헌 이사장

3월 8일(토) 오전 10시 ‘DMZ평화생명동산’ 정성헌 이사장이 순천언론협동조합 사무실에 방문했다. ‘민주화기념 사업회’ 전 이사장이기도 한 그와 나눈 이야기 중에 순천에 참고가 될 이야기를 공유한다. ‘DMZ평화생명동산’을 가꾸어 온 이야기이고, ‘민회’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생명이 잘 어우러진 상태를 만들고자

▲ 정성헌 이사장
‘DMZ평화생명동산’은 1998년 한나라당 당적을 가진 이승호 군수가 “인제군 농토가 비옥한데 그곳에 어떤 농사를 지으면 좋을까?” 의견을 물으며 시작되었다. 그곳은 지난 60년간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비옥한 땅이니 농사를 지으면 1년에 적어도 8억 정도는 나올 걸로 예상되는 땅이었다. 그곳은 민족과 인류에 교훈을 얻을 장소라서 “농사를 짓는 것보다 민족과 인류에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해서 ‘DMZ평화생명동산’은 시작된다. 이런 사업은 민, 관, 군이 서로 이해가 돼야 가능한데, 당시 군수나 도지사가 당적과 관련 없이 민족과 인류에 교훈을 얻을 장소라는 사실에 동의했다. 연구, 탐방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공간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보존했다. 지열, 태양열, 태양광을 쓰고, 집을 지어도 자연조건을 활용했다. 지붕에는 약초를 심거나 꽃밭을 만들었고 흙을 다질 때는 온도가 0도 이하면 작업을 멈추었을 정도로 꼼꼼했다. ‘DMZ비무장지대’ 에서는 모든 생명이 잘 어우러진 상태를 만들고자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생명에 이롭게 쓴다”는 원칙을 정했다.

순천만에도 참고가 될‘생명연구 동산’
남북 식물을 최대한 모아서 남북식물의 점유지대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생명연구 동산’ 9만평에 우선 식물부터 심었다. 정 이사장은 “인류에 난치병이 많아지는데, 난치병을 낫게 할 수 있는 물질의 첫 번째가 갯벌에서 나고, 두 번째가 산에서 난다”고 믿는다.
‘남북협력사업회’ 이사장으로 북한에 갈 일이 생기면 주로 책을 사오는데, 지리책을 보면 북한에는 식물종이 7654종이라고 한다. 남한은 교과서마다 다른데 5400종으로 남한 식물과 북한 식물을 더해서 나누면 6500종 정도로 볼 수 있다. 한반도 식물을 재배하고 연구하는 9만평의 동산을 남북 동포들에게 이롭게 하는 생명연구동산으로 가꾸어간다는 그는 “순천만 갯벌은 온 인류가 후손을 위해 잘 보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DMZ평화생명동산

자연을 망가뜨리며 돈버는 사람이 문제
그는 순천이 진짜 빛을 보게 하는 생태관광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광(觀光)은 빛을 보는 것이다. 자기보다 앞서가는 문물을 보는 것이 관광이다. 진짜 관광은 남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것은 인품과 교양이 대단해야 한다. 지적, 문화적 수준이 올라가는 것을 중심에 두면 좋다”고 조언했다. 따끔한 한마디도 놓치지 않았다. “생태관광이라는 탈을 쓴, 빤한 관광을 만들지 말고, 진짜 관광을 만들어야지. 자연을 망가뜨리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과 장난치는 정치인들이 문제다... 어느 동네나 빤하다.”

자기 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는 ‘민회’
대의민주주의가 한계에 봉착한 시점에서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찾아내는 ‘민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민회는 말 그대로 백성들의 모임으로 우리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발표만 하고 마는 세미나 하지 말고 순천지역의 문제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충분하게 이야기 하면 길이 보인다”고 했다. 인제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인제군 생명사회 10개년 계획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 일본 따라잡기를 해 왔는데, 지금 미국, 일본이 헤매니까 길을 못 찾고 있다. 우리가 우리 길을 찾아가야 한다. 순천도 여러분 스스로가 생명 사회 물결에 대한 길을 세웠으면 좋겠다”는 당부에 석현동 이충현 씨는 “그런 모임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모임 일 것 같다”며 반가워했고, 왕조동 정경호 씨는 “이렇게 끝나면 흐지부지 되니, 밥 먹으면서 더 이야기 하자”고 제안해서 순천지역의 민회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민관 유기적 협조관계 비결은?
인제에서 진행되는 사업이 부러워진 청중 한 사람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 계신 곳은 관하고 유기적인 협조관계가 이루어지는데 그 비결이 뭔지요?”
그의 답변은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였다. 인제에서는 1년 과정의 지역지도자교육을 하는데, 다양한 분야의 시민 21명, 공무원 중에서도 계장 5명 정도가 함께 교육을 받는다. 민과 관이 한자리에서 고충을 이해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관이 민의 생각을 듣고 민이 관의 생각을 들으며 6개월 정도 진행하다보면 터놓고 이야기 하게 된다는 것이다. “순천이 변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변하고, 깨어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육에 참여한 한두 사람만 변해도 많은 변화가 오는 것을 너무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몇 년 만 하면 저절로 일꾼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당부도 잊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잘못한 것을 비판하기는 쉽다. 서로 닦달해서는 안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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