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보은민회 통해 의견 수렴

120년 전 충청도 보은에 수만명의 백성이 모여들었다. 새 하늘 새 땅 후천개벽의 열망이 폭포수 같은 함성으로 울려 퍼지며 보국안민(輔國安民), 척양척왜(斥洋斥倭)의 깃발이 펄럭였다. 수만 명의 함성은 산과 들에 메아리쳤다.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염원이 푸른 하늘에 새겨진 것이다.

그로부터 120년 후인 지난 4월 27일 보은에 전국 각지에서 생명평화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백성이 다시 자리에 모였다. 일명 보은민회를 열기 위해서이다.

이날 열린 민회는 '소통의 조직'을 뜻하는 동그라미로 둘러앉아 '마당'을 만들고 서로의 마음과 생각, 지혜를 나누었다. 정해진 발제자와 주제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각자가 토론하고 싶은 주제를 적어 붙이면 그에 동의하는 사람들끼리 모둠을 지어 이야기 나누고 또 전체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각 모둠별 토론 주제는 ‘탈도시를 고민하자’, ‘정신없이 바쁜 시대에 어떻게 (마음)공부하고 수련할 수 있을까’, 그리고 ‘휴전협정 60년, 정전에서 종전으로’, ‘가장 근본인 밥, 어떻게 잘 먹을 수 있을까’였다. 이 가운데 <휴전협정 60년, 정전에서 종전으로> 주제가 가장 많은 동의를 얻어 2013년 보은민회를 통해 시민사회에 제안하는 생명평화운동 진영의 의제로 채택되었다. 그리고 민회를 통해 세상을 좀 더 제대로 볼 수 있는 공부와 수련을 할 수 있도록 직능별 민회와 지역별 민회가 많이 만들어지길 희망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구 합리주의에 기초한 의사결정 방식을 탈피하고, 동아시아와 인디언의 지혜를 살려 민주주의 이후를 고민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모심과 살림연구소’ 주요섭 소장은 “오늘 나온 네 가지 주제들을 재해석한다면 마음, 밥(생활), 체제 문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우리 삶 자체를 변화시키고 공동체를 변화시켜서 우리가 꿈꾸는 보은취회의 열망들을 이 땅에 실현하자”고 제안했다. 보은민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마을과 지역에 전하고, 씨앗을 뿌려 곳곳에서 민회가 열리고, 새로운 삶과 사회를 향한 마음들을 퍼뜨려나가자는 당부이다. 


“동학혁명을 계승한 민회가 많아지길...”

요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동학은 그냥 교과서에 들어있는 단어일 뿐일 것이다.

“왜 그런가?” 우리 집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우리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우리지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동학 뿐만 아니라 역사라는 것을 그런 관점으로 보는 것이 옳을까?”, “ 이런 것들이 내 주위에서만 일어나지 않으면 되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120년 전 일이라고 해도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고 그것은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아무 이유없이 죽창을 들고 일어섰던 게 아니라는 말이다. 동학농민운동은 우리역사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난 이번 120돌 동학 보은취회를 다녀왔는데 참 좋았다. 여러 학교의 아이들이 참여하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인내천 사상을 공부하고, 음악이라고 하는 재미난 소재를 매개로 다 함께 어울려 놀기도 하면서 정말 즐거웠다.

나는 혼자 동학기념공원을 거닐면서 시를 읽고, 일지를 읽고, 그때의 농민군들과 동학이라는 새로운 사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봤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고, 많은 관심과 시선을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윤수 사랑어린배움터 9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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