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봉화산 둘레길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갈등은 에너지가 된다는‘지리산 둘레길 실무협의회’
보다 유익한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협의
민과 관이 함께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쉽지 않다. 관은 관의 방향이 있고, 민간은 민간대로 방향이 있다. 지리산 둘레길을 둘러싸고 사업을 진행하는 산림청, 지리산권 5개 시·군 지자체, 지리산국립공원,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 한국등산트래킹지원센터, 사단법인 숲길 등은 접근방식과 초점이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지리산 숲길 활성화를 위해 ‘지리산 둘레길 실무협의회’를 진행한다. 같은 공간을 두고 다른 입장을 듣다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갈등이 있기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최선의 합의를 이루기는 어렵지만 최소한의 합의는 이루어진다. ‘지리산 둘레길 실무협의회’는 분기별로 한 번씩 갈등이 되는 내용을 논의 주제로 잡고 한자리에 모인다.

▲ 지리산 둘레길은 산림청, 지리산권 5개 시·군 지자체, 지리산국립공원, 지리산권 관광개발조합, 한국등산트래킹지원센타, 사단법인 숲길 등이 지리산 숲길 활성화를 위한 실무협의회를 진행한다.
기관은 기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이 사업에 대한 깊이를 더하기 위해, 갈등을 에너지로 쓰기 위한 노력을 한다. 상반된 요구와 욕구가 충돌하지만, 서로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통해 한 단계 진전하는 에너지가 된다. 만남을 통해 믿음과 신뢰가 확보된다. 지난 겨울 두 달 동안 둘레길 폐쇄 후 재개통 되는 지리산 숲길의 올해 첫 회의는 3월 7일 진행된다. 1년 동안 기관별 역할을 공유하고, 이곳을 보다 유익한 곳으로 가꾸어가는 것을 논의한다. 지리산 둘레길 실무협의회의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 1년에 1회 이상 지리산 둘레길 기관장 협의회도 진행한다.

주민역량 결집은 우리의 실력에서 나와요
만남 자체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는 주민간담회
마을 주민들은 둘레길이 생겨 좋은 점이 많다. 젊은 사람들을 만나며 동네가 활기 넘치니 좋고, 농산물을 판매하기도 하고, 민박을 하며 수입도 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서 길이 훼손되고, 농작물을 해치고, 쓰레기를 버리니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다. 아름다운 여행은 결국 지역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러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리한 논쟁과 소모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둘레길은 지역민들의 참여와 이해, 지지와 성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 만남 자체가 재미난 이야기가 된다는 주민 간담회.
‘사단법인 숲길’은 마을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해결하는 것을 첫 번째로 중요한 일로 본다. 그래서 마을 간담회를 진행한다. 간담회는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에서부터 방문객들의 이야기, 전설, 길의 변화과정 등 입체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만남 자체가 재미있는 이야기의 장이 된다. 어른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물꼬만 틔워 주면 줄줄이 나온단다. 면지에 실리지 않는 보물 같은 이야기들은 청소년들에게는 역사가 된다. 주민들의 역량 결집은 자신들의 실력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들의 믿음이다. 서로가 인정받는 사람으로 길을 만나는 곳이 지리산 둘레길의 비전이다.

둘레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로 120여개 마을이 연결된다. 마을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리산 둘레길도 없었다. 마을 간담회를 통해 마을을 잘 아는 것은 지리산 둘레길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이용객과 마을을 연결시키고 어머니와 같은 마을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찾아가려한다. 지리산 둘레길은 처음부터 마을의 협조를 통해 길을 열었고 앞으로도 마을이 지리산 둘레길의 안내 및 숙식제공 등의 역할을 일정 담당할 것이다. 사단법인 숲길은 마을협력팀을 꾸려 일상 속에서 마을어르신을 만나고 있으며 지리산의 넉넉함과 지리산의 정이 실현되는 장을 실험하고 있다.

‘숲길’ 이상윤 상임이사는 “본래 길은 많은 사람들이 다니다 보면 길이 되듯, 지리산 둘레길로 다시 연결하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더 나은 길로 이어가는 과정이고 참여하는 모든 주체를 성숙시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지리산둘레길 주민협의회’를 꾸려 둘레길을 지역의 일상적인 사업으로 가꾸어갈 계획이다.

기관협의도 중요하지만 생명평화의 마을을 만드는 지리산 둘레길을 위해서는 지역 이장단이나 풀뿌리 주민조직과의 협의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동 마을 공순춘 할머니
“재미로 하니 너무 행복해”
 
매동마을 입구 감나무집 공순춘 할머니를 만났다. 둘레길이 생긴 후 공 할머니 집에는 방송국에서 취재나온 사람을 비롯해서 다양한 사람이 다녀갔다. 10년 전 홀로 되고 이런 세상이 올지 몰랐다는 공 할머니. 유독 사람을 좋아하고, 친절한 그를 기억해 다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넉넉한 인심도 한 몫 한다. 공 할머니는 소녀 같은 미소로 말씀하신다. “사람들이 나같이 행복한 사람 없다 그래~. 사람들 만나니 좋고, 손님 와서 밥 맛있게 먹고 간께 좋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집을 수선하거나 돈을 들이지 않았지만 살가운 인심을 느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허름한 집은 방이 세 개 있는데, 방세는 삼 만원 받고, 산채비빔밥은 오천 원을 받는다. “돈도 좋지만 재미로 해. 너무너무 행복해.”

할머니의 자랑은 계속 이어진다.

“저 그림 좀 봐. 나랑 똑같이 그려놨어. 손님이 메뉴판을 만들어주고, 명함도 손님이 파다 줬어. 옷도 안사. 손님들이 오면서 사다 주거든.”

▲ 지리산 둘레길을 사랑하는 전국의 이용객들과 길 걷기 축제를 열었다.


■ 순천시에 묻다 2
봉화산 둘레길,“시민은 궁금하다”

▶시민공청회는 했나?
시민 공청회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설계 단계에서부터 해당 면·동을 통한 주민의견 수렴과 각 실과 소의 의견 수렴, 시 홈페이지를 통하여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설계에 반영하여 추진하였다. 그리고 토지소유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의회에도 수차례 보고하고 동의 얻어 추진한 사업이다.

▶토지보상가격의 적절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있다. 감정평가 자료를 복사해주면 고맙겠다. 각 동마다 공시지가의 5배가 넘고 특히 용당동이 조례동보다 높다. 2009년의 공시지가가 2012년에 100원정도 올랐는데, 당시 산림청 평균보상단가는 4,265원인데 이번에는 7,780원으로 거의 2배가 올랐다. 이유가 뭔가?
감정평가 자료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 감정평가는 정부에서 면허를 득한 감정평가사 고유 권한으로, 2개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금액을 산술평균하여 보상액을 산정하였으므로 자세한 사항은 해당 감정평가사에게 문의 바란다.

순천시는 봉화산 둘레길 땅 매입가 관련 질의에 “개인정보보호라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봉화산 둘레길 사업이 공무인가? 개인 용무인가? 서울시는 3월1일부터 모든 결재문서를 서울시 정보소통광장(http://opengov.seoul.go.kr)에 전면 공개한다고 지난 2월 27일 밝혔다. 이는 2012년 8월 발표한 ‘열린시정 2.0 다섯가지 약속’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국장급 이상 간부의 결재문서 5만 건을 공개한 데 이어 과장급 이상 결재문서 공개로 확대된 것이다.



봉화산 둘레길도 좋은 정책 아닐까요?
광장신문에 실린 기사들 중엔 봉화산 둘레길 정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도심 가까운 곳에 공기 좋은 산책로가 있어서 자주 이용할 수 있으니, 건강도 좋아져서 둘레길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선 104억원을 사회복지를 위해 썼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봉화산 둘레길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습니다. 봉화산 둘레길 조성은 좋은 정책인가? 좋은 정책의 조건은 무엇인가? 이번 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좀 해보면 좋겠습니다. 좋은 정책의 조건에 대해서는 정책학 교과서에 잘 나와 있으니,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정책은 목표와 수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표는 그 정책을 통해서 무엇을 달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고, 수단은,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그러니, 좋은 정책은 목표도 좋아야 하고 수단도 좋아야 하겠지요.

우선, 어떤 정책 목표가 좋은 정책 목표일까요? 예를 들어 104억원이면, 봉화산 둘레길을 조성할 수도 있지만, 학교 급식에 순천에서 난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데 쓸 수도 있고, 노약자들의 기초 생계비를 지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여러 가지 정책 목표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정책 목표일까요? 참 허무하게 들리겠지만, 정답은 “시민이 원하는 것”이랍니다. 교과서에 나온 말입니다.

좀 고상하게 얘기하면, 정책 목표에는 가치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좋은 정책 목표를 결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시민이 원하는 것이 좋은 정책이지요. 자, 그러니 순천시민인 여러분께 여쭙겠습니다. 104억원이 바로 여러분의 돈이라면, 어떤 사업에 쓰시겠습니까? 봉화산 둘레길을 조성하기 위해 한번 지나가지도 않을 산을 죄다 구입하는 데 쓰시겠습니까? 아니면, 아이들과 노약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복지에 쓰시겠습니까?

둘째, 만일 위와 같은 질문을 통해서 시민들 모두가 봉화산 둘레길을 조성하는 게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결정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다음으로 남는 문제는 좋은 정책 수단의 문제입니다. 봉화산 둘레길을 조성한다는 목표는 같더라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번 광장신문 기사에 나온 것처럼, 지리산 둘레길을 만들 때 토지를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토지 주인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과 오랫 동안 이야기를 해서 설득을 했다는 것이지요. 즉, 둘레길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토지를 매입한다는 수단과 토지 주인과 협의한다는 수단 중 어떤 것이 더 좋은가라는 문제가 남는 것입니다.

좋은 정책 수단의 기준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 몇 가지를 제시합니다. 그 정책 목표를 얼마나 잘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을 효과성 기준이라 하고, 그 정책 목표를 달성하되 돈을 얼마나 조금 들였느냐 하는 것을 효율성 기준이라고 합니다. 또한 돈을 쓰더라도 그 효과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골고루 미쳤느냐 하는 것을 평등성 기준이라고 합니다.

현재 봉화산 둘레길 사업은 어떤가요? 토지를 직접 매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요? 가장 효율적인가요? 효과성은 차치하고, 일단 효율성만 따진다면 지리산 둘레길에 비해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것은 분명해 보이는군요. 평등성을 봅시다.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나요? 혹시 토지 보상을 통해 토지 주인만 많은 이익을 보는 사업은 아닌가요? 저는 잘 모르니 순천시민인 여러분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자, 다시 앞서 제기했던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어떤 분은 봉화산 둘레길을 걸으니 건강에 좋다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시청으로서는 둘레길 조성해 놓으니 방문자가 더 늘어났으니, 이건 잘 한 사업이다라고 홍보를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책을 평가함에 있어 목표와 수단을 모두 살펴봐야 하며, 목표와 수단의 다른 대안들을 놓고 비교해봐야 합니다. 만일 이런 비교평가가 없다면, 마치 22조원을 들인 사대강사업 덕분에 자전거 타고 강바람 쐬기 좋아졌으니, 사대강 사업 하길 잘했다는 궤변과 비슷한 궤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정책이 좋은지 안 좋은지를 평가하는 아주 쉬운 방법은 옛날 현대그룹 회장을 했던 정주영 회장이 남긴 명언에 있습니다. “그 돈이 니 꺼라면 그리 쓸래?”입니다. 104억원이 바로 여러분의 돈이라면 여러분은 봉화산 땅을 사는 데 쓰시겠습니까?                       
- 장용창 논설위원


기획취재 3팀: 김옥서, 박경숙, 임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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