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호
논설위원
요즈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많은 입지자들이 사람이 모이는 장소마다 얼굴을 내밀고, 거리에서도 인사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평소에는 소 닭 보듯이 서먹한 사이였던 이들이 갑자기 친절해져서 어리둥절하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하나같이 지역발전에 힘쓰고 봉사하겠다는 번드레한 공약을 내세울 턴대 무엇으로 옥석을 가릴 수 있을지,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답답할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의 우리나라 자치 수준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는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 사례집을 만들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정도와 방법이 뻔뻔함, 기상천외함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형제군수 부부군수가 탄생했고 비리협의 전력자가치졸한 방법으로 공선사후(公先私後)가 아닌 사선공후(私先公後) 정신을 최대한 발휘하여 정책결정을 한걸 보면 “지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다.

공인이란 무엇인가. ‘공선사후’다. 모든 정책 결정은 공인의식이 있어야 성공한다.

그래서 지방선거 후보들을 철저하게 검증해야한다. 궁여지책이지만 19세기 초 지방관인 수령이 부임하는 시점부터 해관해 돌아오기까지 필수사항을 낱낱이 적어놓은 것으로 지방관의 필독서인 ‘목민심서’를 읽었는지 시험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지방관을 목민관이라고 한 것은 이들이야말로 국민을 직접대하고 일을 하므로 그들을 보살피는 최 일선의 공직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백성을 제대로 보살피기 위해서 지방관이 마음에 새겨야할 덕목들을 낱낱이 써놓고 있어서 오늘날의 시장군수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 기자들의 사진촬영에 대비해 이 책을 비행기에 반듯이 비치하도록 했다는 일화도 있다. 비록 읽지 않고 홍보효과만 노린 것일지라도 이 책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대통령 보다는 오히려 지방관인 시장군수가 읽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율기(律己)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청렴함은 수령의 본분이고 만선(萬善)의 근원이자 제덕(諸德)의 뿌리다. 청렴하지 못하고 지방수령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청렴을 말하면 웃음거리가 되는 세상이지만, 인물검증의 잣대로 ‘목민심서’를 읽었는지 유권자의 이름으로 물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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