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인안초등학교 생태교육을 소개합니다

“어서 길 떠나라, 이 지각생들아!” 2층버스를 타고 순천만 길을 가던 아이들이 아직 떠나지 않고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흑두루미들을 향해 소리친다. 지난겨울 흑두루미들을 위해 직접 농사지은 벼를 모이로 주고 순천만과 1년을 사귄 아이들에게 이제 흑두루미는 그저 신기한 철새 그 이상이다. 순천인안초등학교(교장 임종윤, 이하 인안초교) 아이들이 순천만 소리체험관 개관식에 초대받아 참석하는 길이었다.

 
인안초교에서는 2011년부터 “흑두루미 논가꾸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교생이 참여하여 볍씨고르기에서부터 모내기 피뽑기 벼베기 밥해먹기 철새 모이주기까지 하는 체험학습프로그램이다. 몇 번 논에 나가 둘러보고 마는 형식적인 체험학습이 아니라 연간 47~53시간 이상을 투여하는 장기 특색학습이다. 이 소식을 들은 순천만생태관에서 생태해설사 선생님을 소개해주고, 벼를 심을 수 있는 순천만 유기농 논을 무상으로 임대해주었다. 현장학습에는 아이들이 타고 싶어 하는 2층버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모내기를 아줌마들보다 잘한다!”

 
 
2012년 3월, 두레를 구성하고 이름을 정하면서 일 년 농사는 시작됐다. 선후배가 함께 돕는 두레학습을 하기 위해 1두레는 1~6학년 5~6명으로 구성한다. 모두 16두레다. 교장, 교감선생님과 행정실 직원들도 참여한다. 4월에는 논흙화분 15개에 지렁이 상자를 만들고, 본격적인 농사에 앞서 논생물을 관찰한다. 5월에는 모내기를 한다. 80여명의 어린이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못줄에 맞춰 손모내기 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아줌마들보다 훨씬 잘하네.” 영농단장님의 칭찬이 아이들을 춤추게 했다.

 
벼가 자라는 동안 학년별 계절별로 순천만 생태학습을 진행한다. 순천만의 식물, 동물, 갯벌, 사람들을 테마별로 공부하고 논의 나락이 잘 자라는지 자주 가본다.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날에는 우산을 쓰고 논에 간다. 나락이 어느 정도 자라면 특별히 디자인한 허수아비를 만들어 논에 세우고, 벼가 잘 자라도록 노래와 연주도 들려준다. 벼가 익으면 낫으로 베어 손수 만든 발명품 농기구로 벼를 훑는다. 잘 마른 나락을 조심스럽게 갈면 껍질이 벗겨진 현미가 된다. 간이 키로 겨와 분리한 후 냄비에 햅쌀밥을 지어 함께 먹는다. 꿀맛이 따로 없다. 나머지는 순천만 철새들에게 겨울 먹이로 준다.
 

순천만을 지키는 학교 역할 기대

이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십여 년 간 환경생태교육에 매진해 온 박향순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이십여 차례의 현장 학습을 계획하고 진행한다. 준비물을 챙기고 장소를 섭외하고 지도안을 짠다. 한 과정이 끝날 때마다 평가회를 가진다. 교직원과 학부모에게 생태적 삶, 논의 가치, 순천만의 소중함, 흑두루미의 여정을 강의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게 된 것도 그분 덕택이다.

인안초교는 순천만 들머리에 자리잡은 작은 학교다. 2011년에 전교생이 23명에 불과했으나 구성원들의 다양한 노력으로 2013년에는 103명으로 늘어났고 전남교육청 혁신학교인 ‘무지개학교’로도 지정됐다. 인안초교는 2013년에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교육을 실시한다. 순천만의 넉넉한 품에서 행복한 체험을 한 순천인안 식구들은 순천만을 지키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스스로 해 나갈 것이다. 2013년 순천만을 지키는 인안초등학교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이장규 순천인안초등학교 교사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