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문학기행단장 김준희 씨

▲ 태백산맥문학기행단 김준희 단장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떠 올린다. 순천청년연대에서 주관하는 태백산맥 문학기행단의 단장인 김준희 씨를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 나는 이름을 듣고 ‘여자 분이구나’ 하는 상상을 했고, 순천청년연대라는 시민단체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상근자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추측은 실제와 다를 가능성이 많다. 태백산맥 문학기행단을 이끌고 있는 김준희 씨는 시민단체 상근 활동가가 아니라 전기안전관리사를 본업으로 삼으면서 다양한 시민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중년 남성이었다. 

순천청년연대에서 활동하던 2009년 겨울, 그와 청년연대 회원들은 좀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문학회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시민단체에서 태백산맥문학기행이 탄생하게 된다. 준비기간을 걸쳐 2010년 3월부터 문학기행을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매월 둘째주 토요일이 되면 그는 태백산맥문학기행단장이 되어 문학기행을 진행하기 위해 벌교로 간다. 


참가비 없는 태백산맥문학기행
태백산맥문학기행에는 기존의 문학기행과는 다른 점이 많다. 기존의 문학기행이 한 사람의 해설사가 여러 명을 데리고 다니는 구조다 보니 30~40분이 지나면 해설사 주위에 관심있는 3~4명만 남게 된다. 하지만 태백산맥문학기행에는 해설 뿐만 아니라 5개의 상황극을 관람할 수 있고, 그 상황극에 관객들이 출연하다보니 기행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고 기행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또 태백산맥문학기행은 참가자들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문학기행을 만드는 사람들이 매월 2만원 씩 회비를 내면서 운영하고 있다. 보성군청에도 지원을 요청할 만하지만 외부의 자금에 기대지 않는다. 그렇게 해야 외부 지원이 끊겼을 때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이 모이지 않으니 조직 내에서 돈 때문에 싸우는 일도 없단다. 자기돈과 시간을 내어가면서 운영되는 태백산맥기행단원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 5개의 상황극은 기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직접 연기하는‘관객 참여극’이기도 하다.
▲ 김준희 단장이 문학기행을 진행하고 있다.
태백산맥문학기행에서 진행하는 상황극은 전문적인 연극배우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태백산맥문학기행을 기획․운영하는 사람들이 직접 배우가 되고, 벌교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연기를 한다. 그리고 기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무대에 오르는 열린 연극이다. 그러나 막상 김준희 씨는 배우의 역할을 맡지 못한다. 자기 목소리 외에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도심형 텃밭을 진행
김준희 씨는 태백산맥문학기행단장이기도 하지만 모 정당의 지역 분회장이기도 하다. 지역 분회장으로서 그는 올해 도심형텃밭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룡면 평화마을 쪽에 400평 정도의 땅을 마련했고, 이미 작년에 몇몇 사람들과 함께 테스트를 마친 상태이다. 총 45개의 텃밭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그리고 수확한 작물들은 주변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나누어 드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자리를 통해서 당원들과 일반인들의 만남도 꿈꾸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오해와 편견을 없애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철저한 자기 관리

▲ 일정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김준희 단장의 다이어리
김준희 씨는 전기안전관리사를 본업으로 하고, 순천청년연대와 정당 활동가로서, 가정에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1인 4역의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다. 그는 한 권의 노트와 한 권의 다이어리와 3색 볼펜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한 권의 노트에는 연간 계획과 월간 계획, 그리고 주간 계획이 적혀져 있고, 다이어리에는 하루 하루 해나가야 할 일정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완료된 일정 앞에는 파란 색 동그라미가, 중요한 일정에는 빨간색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관리’라고 하면 자본주의에 잘 적응하는 인간형들이 사용하는 삶의 형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들에게는 차갑고 정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김준희 씨에게 자기관리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그는 남을 이기기 위해서 자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잘 해나가기 위해 자기 관리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8년 정도 다이어리를 적다보니 이제 매일밤 저녁에 다이어리를 정리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가 또 이렇게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는 비결은 사우나다. 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사우나를 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다. 그에게 사우나와 수영은 ‘영양제’다. 이렇게 그만의 ‘영양제’를 먹어야 다른 일정을 힘있게 소화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철저한 자기관리만 있다고 사람들을 조직하고 함께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이는 사람들과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비법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 그 비법은 유연함과 물렁물렁함인 것 같았다. 그이는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철저하지만 그것을 타인에게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도 바꿀 줄 아는 유연함을 가진 사람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기획취재2팀원 중 가장 연장자에게 자신의 부인이 직접 만든 무릎담요를 선물했다. 그리고나서 다이어리에 적힌 일정 두 개(인터뷰, 무릎담요)에 파란색 동그라미를 쳤다. 인터뷰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나를 변화하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구석에 쳐박혀 있던 다이어리를 꺼낸다. 그리고 비어있던 페이지에 일정들을 하나하나씩 적어나간다. 그리고 행한 일들 앞에 파란색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쳐 나간다.

기획취재 2팀-사진:임숙영/정리: 임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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