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주 생산자의 고구마이야기

▲ 트러스트 운동과 수매선수금 운동이 농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듣고 있는 순천생협 조합원들
Icoop 생협이 최근 농지 트러스트 운동과 수매선수금 운동으로 생산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트러스트 운동은 땅이 없어 임대해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공동으로 땅을 사서 싼값에 임대하는 것이다. 생협에서 트러스트 운동이 시작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든 김기주 생산자와 그의 아내 김현희 씨가 조례동 호수공원 건너편에 있는 순천생협 매장에 고구마 굽는 통을 들고 와서 고구마를 굽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부부는 무안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는다.

▲ 김기주 생산자
소유욕이 없었던 김기주(58세)씨는 땅을 살 생각 없이 30년 넘도록 임대를 해서 농사를 지었다. 유기농업으로 전환을 하고 10년 넘도록 땅을 가꾸었는데 애써 가꾼 농토를 땅 주인이 판다고 했다.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땅이 유기농에 적응이 되었는지 그 해에는 유난히 수확량도 많고, 고구마도 예뻐서 기계를 멈추고 시를 쓰기도 했었다. 빚 안지고 살 것 같았다. “여보 이리 와서 이것 좀 보고 해.” 기쁨에 들떠 노래하며 농사를 지었는데. 그렇게 정든 땅이 다시 농약 범벅이 된다는 것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그 땅은 팔려나갔다.

땅 한 평 사기 운동의 시작
너무 힘이 들어 생협에 도움을 요청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생협에서 “우리가 땅을 확보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무안에서 땅을 사서 유기농 농작지로 만드는 운동이 최초로 시작되었다. 처음 생협에서 마련해 준 땅을 만난 부부는 이 땅은 빼앗기지 않는다는 안도의 마음에 자기 땅을 얻은 듯 기뻤다. 쓰레기 땅이었는데 비닐 등의 쓰레기를 몇 년에 걸쳐 거둬내서야 드디어 유기농에 적합한 밭이 만들어졌다.

시식행사를 하는 이유
고마운 마음에 부부는 겨울철 한가한 날을 골라 자연드림 매장으로 시식행사를 다닌다. 돈으로 따지자면 고단한 일이지만 요즘에는 생협이 생산자들에게 힘을 많이 주기에 보답하고 싶어진다. 수매선수금은 얼마나 고마운지. 봄철 고구마 심을 때 가진 돈은 없는데 인건비를 들여야 하는 상황. 그들은 “선수금 덕분에 봄에도 어렵지 않게 고구마 심고, 가을에 캘 수 있다”며 “전체 농산물이 풍년이다 보니 소비가 저조한 이 시점에 다른 농가들은 고구마 출하를 못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꾸준히 공급할 수 있다”고 고마움을 전한다. 수매선수금은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다. 가격이 비싸지면 생산자들은 아무래도 생협에는 조금만 내고, 다른 곳에 내고 싶어진다.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렇게 관계가 형성되면 돈이 목적이 되지 않는다.

▲ 생협 소비자들을 위해 고구마를 굽는 김현희 생산자
생협 생산자의 아내로 산다는 것
김현희 씨는 생협 생산자의 아내로 산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있지만 고단한 것이 많다. 초창기에는 조합원들이 고구마를 먹고 생산자들에게 고마워했지만 지금은 세대가 바뀌어 공격적이다”며 고구마의 특성을 설명한다. 고구마는 상온에 보관해야 하는데 이송 중 온도 차이 때문에 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떤 분들은 “어떻게 이런 양심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냐?”고 따진다. 머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다. 물건에 대해 불만이 들어오면 마음이 너무 힘드니까 상품 선별에 유난히 신경을 쓴다. 공급하는 단계가 복잡하다. 무안에서 광주 센타로 갔다가 분류해서 각 권역으로 가고 조합원 집으로 배달되는 시스템이라 문제가 생긴다. 고구마는 온도에 예민한 작물이다. 한 차에 신선식품으로 같이 실어 나르니 문제가 안 생길 수 없다. 계속 생협에 그런 애로사항을 이야기 하지만 바뀔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소비자는 순간의 기분으로 쉽게 자판기 두드리지만 생산자는 가슴에 멍이 든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가 좋은 만남이 형성이 되어 있으면 달라진다. 부부가 자연드림 매장마다 찾아다니며 시식행사를 하는 이유다.

감사를 접목시켜 농사를 짓는다는 김기주 생산자는 “생협에서 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어 다행이다. 농업과 관련해서 환경 문제는 너무 심각하다. 100년 이후 온도가 6도가 올라가면 핵무기보다 엄청난 파괴력이 있다. 95%의 생명체가 죽고 얼음이 녹아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지구를 휩싼다. 농업은 생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기농은 미생물들이 살아갈 땅을 만들어주고 있다”며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일상이 시와 노래라며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그는 힘겨운 농사를 기쁨으로 하는 비결을 알려준다. “저는 새벽에 일어나 별을 보며 감사합니다. 밭을 돌며 작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면 절로 잘 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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