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소원은 송전탑 철거

정월대보름이었던 지난 14일 오후6시 봉두마을 당산나무 주변에서 송전탑 철거 기원제가 있었다. 봉두마을 주민과 여수, 순천 시민 100여명이 참여해 진행된 당산제는 순천지역 놀이패 두엄자리 회원들이 풍물을 치며 흥을 돋우며 시작되었다. 놀이패 두엄자리와 마을 주민들이 한패가 되어 치는 풍물 소리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아름다움이었다. 환하게 비추는 달빛 아래에서 사람들 사이에는 정이 오가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힘겨운 마을을 찾은 젊은이들에 대한 따뜻한 정을 보냈고 그곳을 찾은 사람들은 마을 주민들이 그동안 당해 온 고통을 생각했다.

▲ 봉두마을 회관 앞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당산제를 올리고 있다.
한국전력이 1970년대부터 154㎸와 345㎸ 고압 송전탑 19기를 설치한데 이어 지난해부터 다시 154㎸ 송전탑 6기를 추가 설치하는 공사를 추진하려는 이때에 봉두마을 주민들은 강추위 속에서도 행여 한전 측이 공사를 강행할까봐 전기장판에 몸을 녹이며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여수, 순천지역 사람들이 함께 한 행사는 서로에게 감동이었다. 오랜만에 장구를 매고, 북을 치며 흥겨워 하는 마을 주민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왁자지껄 웃지만 신발 한 짝을 들고 징을 두드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도 재미난 웃음과 동시에 눈물이 맺힌다.

나무둘레 7m 가량인 나무에 새끼줄을 두르고, 소원을 담은 소원지를 묶고 당산 주변을 돌며 ‘지신밟기’를 하며 간절히 마음을 다해 소원을 빌었다. 새끼줄에 동여맨 소원지에 적혀있는 글귀는 ‘제발 송전탑 없는 마을이 되게 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마을에서 준비한 찰밥과 떡국, 순천에서 준비한 머리고기와 막걸리, 여수에서 준비한 막걸리를 나누며 여수, 순천 시민들과 봉두마을 주민들은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연을 맺는다.

 
위성조 봉두마을 송전탑 대책위원장(66)은 “그동안 고압 송전탑 때문에 겪은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 한전이 올해는 제발 주민들을 괴롭히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수, 순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7일 모임을 갖고 ‘여수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철거 시민대책위’를 꾸렸다. 대책위는 “이번 당산제를 통해 주민과 함께 송전선로 지중화 등 주민들의 요구를 지역사회와 공론화 하고, 지역민과 함께 정부와 한전의 공사 강행을 기필코 막아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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