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지 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

음악회 주최하고 직접 공연하는 교사

음악회가 있는 학교? 좀 달라 보인다. 금당고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음악교사가 작은 음악회를 열어 학생들을 초대하고, 학교에서도 정기적으로 초청음악회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음악교사 유환삼선생(49세·아래 사진)이다.

 
지난 4월 25일 정원박람회장에 공연 온 일본 밴드팀(Ocarina unit EAST)이 금당고에서도 공연을 했다. 일본 밴드팀의 공연소식을 듣고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진 그는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연락을 취했다. 일정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간절하면 통한다던가? 알고보니 그들의 스폰서격인 총회장이 한국인이었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듣고 싶다고 하니 다른 공연을 취소하고 학교로 왔다. 오카리나, 기타, 키보드, 피아노, 드럼, 특수 타악기 공연 등 힐링풍의 음악이었다. 다소 조용한 음악이었으나 학생들은 예상 외로 진지하게 들었다. 공연한 그날은 중간고사를 3일 앞둔 시점이었다. 시험 준비에 지친 아이들에게 음악은 편안함과 휴식이 되었다. 새로운 만남과 경험은 서로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고 느끼게 했다.

유환삼 교사는 금당고등학교 출신으로 고교시절 음악선생님의 권유로 노래를 시작했다.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콩쿨대회를 나가 성악부분 1등을 했다. 고민할 여지없이 성악으로 대학을 가고 교사가 되었다.

그의 학교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평준화가 되기 전 담임을 맡을 때는 1년에 한 차례는 꼭 캠핑하면서 밤을 지새우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함께 밤을 새우는 경험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밤새 공부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경험은 필요했다. 공부를 하면서 분야별로 성공한 선배들의 인생이야기도 듣고 졸릴 시간에는 영화도 본다.

교직생활 중 독특한 시도도 많았다. 평준화 이전에는 성적이나 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이 많았다. 성적을 끌어 올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문제였다. 시험 직전 한 달 정도는 매일 같이 새벽공부를 자율적으로 운영을 하였다. 집이 먼 친구들은 직접 차를 몰고 태우러 다녔다. 학생들은 그의 무리한 요구에 순순히 응해 주었다. 최근에는 교육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꿈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다. 꿈의 대화는 학생들이 꿈꾸는 직업과 연결된 전문가를 모셔 각자가 희망하는 곳에 들어가 강연을 듣는 소규모 특강이다. 직업을 간접 체험하는 것이다.

▲ 교내 봉사동아리 학생들과 봉사활동을 마치고 한컷~!
그는 20여년 전통의 학생밴드 지도교사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에 매일 만나서 연습한 학생들은 순천지역 축제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멈추어 있지 말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살자”고 말하는 그는 실제 삶으로도 그것을 말한다.

그는 손으로 헤아리기도 어려운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다. 40대가 되기 전에는 운동을 하고 싶어 다양한 운동을 경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을 하려고 태어났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정체성이 뭔가 싶었다. 잘 할 수 있는 일은 음악인데 왜 딴 짓만 하고 살고 있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재주가 있는데 딴 길에서 헤매던 5년 전 어느 날 다시 음악을 하고 싶었다.

음악을 시작하며 SNS 프로필에 <2008년 가을 유환삼 독창회>라고 자기  표현을 했다. 그렇게 표기해 놓지 않으면 실천하지 못할 것 같았다.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렸다. 젊은 나이도 아니고 계속 음악을 한 것도 아니어서 여러 가지로 염려되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한 일이고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연을 하게 됐다. SNS가 없었다면 주춤하다 못했을 것 같다.

독창회를 하고 나니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확 붙었다. 그의 독창 실력은 한두 사람의 입을 통해 소문이 나 무대에 설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다양한 음악회를 주최하고, 직접 공연을 한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일이 가능하기까지 분명한 전환점이 있었다. 2003년 제주도에서 국제철인삼종경기가 있었다. 극한 한계를 넘는 철인경기에 도전이 없었다면 나이가 든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 공연할 자신도 없었을 것이다. 그의 쉼 없는 도전. 그 모습을 간접 경험하는 학생들은 그의 유전자와 에너지에 감염되어 훨씬 활기찬 인생을 살 것 같다.

▲ 유환삼선생의 초청으로 일본 밴드공연팀 Ocarina unit EAST가 금당고등학교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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