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봉화산 둘레길, 시민 생각을 듣다

봉화산의 산림훼손을 안타까워 하는 시민 몇 사람이 함께 봉화산 둘레길을 걸었다. 매일 봉화산을 오르다시피 하는 조례동 이모씨는 “봉화산 둘레길은 예산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용당동 쪽 둘레길과 곳곳의 시설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제보자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재구성해 본다.


‘장마’오면 어쩌나

저는 십년 넘게 봉화산을 오르는데, 공사할때부터 이건 아닌데… 싶었어요. 봉화산은 등산로가 많거든요. 굳이 안 해도 될 작업을 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됐는데, 저렇게 땅을 파 놓으면 비가 많이 올 때 토사가 흘러내리게 돼 있거든요 -풍덕동 한신아파트 박모씨(65)                         

104억, 이해 안돼
처음에 둘레길이 생기니까 새로운 길이 생겨서 좋더라고요. 그래서 서너 번 둘레길을 돌아봤어요. 그런데 세 번째 둘레길 돌아보면서부터는 막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너무 많이 파헤쳐 놓았더라고요. 게다가 공사비랑 사업비가 104억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용당동 삼성아파트 주부 임모씨(46)

등반코스 같은 길, 힘들어
망북 쪽에서 약수터 오르는 길은 정말 의문이 많이 생겨요. 이미 약수터로 오르는 길이 있는데, 바로 옆에다가 둘레길을 놓았어요. 쭈욱 이어서 놓은 것이 아니라, 위로 오르는 등산로와 목적지가 같아요. 그렇게 쭈욱 오르막길이 두 번 이어져서 올라가요. 그러고 나서 내리막길이 쭈욱 둘레둘레 이어져 있어요. 둘레길은 관절이 안 좋고, 노인들이나, 장애인들도 오를 수 있도록 만든 것이잖아요? 그런데 정상을 등반하는 코스나 비슷해요. 그쪽 길은 왜 그리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가요.-용당동 대주파크빌 주부 박모씨(50)

무분별한 산길조성사업은 문제
노 시장 때 도시 내 공원 만드는 사업 많았어요. 매산여고 부근, 옥천 현대 부근… 나무(수목 관련-편집자 주) 사업은 대한민국 누구도 감사할 수가 없어요. 나무 가격이 보기에 따라 천차만별이거든요. 그런데 그보다 더 심한 것이 산길을 조성하는 사업이에요. 산길 사업은 10배, 20배 튀겨도 감사할 길이 없어요. 이런 공사를 하는 것이 화는 나는데, 어찌 할 수 없으니 욕밖에 안 나오네.-가곡동 신영아파트 문모씨(50)

산은 함부로 건드는 게 아닌데
용당동 쪽에서 봉화산을 보면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호랑이 모양으로 보면 ‘희재’라고 봉화산의 꼬리 부분이 있어요. 그곳에 돌이 많았어요. 돌을 파느라 돌을 캐니까 사람들이 호랑이 꼬리를 건들면 여시가 나타나는데, 겁난다고 무서워서 집밖에 잘 안 나올 정도였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당시 어느 집에서 다리가 하나인 개가 태어났어요. 사람들은 그 개가 여시라고 생각해서 무서워했어요. 옛날 사람들은 산을 건드리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봉화산 둘레길은 호랑이 몸통 부분이에요. 사람들이 겁도 없어요.-망북 원주민(51)

생태수도에 합당한 정책투자인가?
순천이 계속 생태를 훼손하며 토목공사를 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생태수도에 걸맞는 순천의 그림이 있어야겠어요. 진정 생태수도란 뭔가? 봉화산 둘레길은 생태수도에 합당한 정책투자인가? 묻고 싶어요.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협의체를 통해 의견의 합치를 이루어가며 생태수도를 만들었어요. 20-30년 후에 어떤 모습을 꿈꾸는가? 그런 밑그림이 없이 정치적인 구호로만 생태수도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시민들이 생태수도를 체감할 수 있는 철학과 가치를 담은 생태수도에 대한 그림이 있어야 순천에 생태수도의 원형을 보러오지 않겠어요? -환경운동연합 강감정 사무국장(48)

저 자리에 노랑제비꽃이 피어오르는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있어요. 봉화산 어디를 가든 저곳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디에 꽃이 있는지 아는데, 포클레인으로 파버렸어요. 결국은 엎질러진 물이라 전체를 몇 바퀴 돌았는데, 해도 해도 쓸데없는 돈을 너무 많이 썼어요. -조례동 주부 이모씨(57)

사업진행방식은 최악의 길을 선택
둘레길, 올레길 등 앞서서 잘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순천은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만 것입니다. 봉화산 둘레길의 사업진행방식은 최악의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해룡 김모씨(55)

발상이 이해 안 돼
발상자체가 이해 안 된다. 동천도 있고, 순천만도 있고, 호수공원도 있는데, 산허리를 깎고 둘레길을 내는 것은 황당하다. 어떻게 산을 그렇게까지 망가뜨리나? -조례동 김미숙씨(52)
 

수년간 아이들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돈
둘레길은 옛길을 복원하고 길과 길을 연결하는 것인데, 봉화산 둘레길은 나무를 베고, 장비로 땅을 밀어서 만든 길로 둘레길의 기본 철학에 반하는 길이다. 전국의 모든 둘레길은 예전에 있었던 길을 이어 만든 것이다. 기본 마인드가 자연과 공유되는 길이 아니라 관광 수준이다. 왜 그걸 만들었나? 의문이 든다. 전국에 사유지를 매입해서 둘레길을 만든 곳은 한군데도 없다. 104억이면 순천지역 학생들에게 수년간 친환경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돈이다. -연향동 이정우씨(51)

 

각종 개발사업 공론화 시켜 토론해야
그동안 여러 개발사업이 있었다. 장대공원은 200억짜리 공사고, 하천 정비하는 것은 120억, 죽도봉 사자상은 20억이 들었다. 제주도 올레길은 돈 든 것 없이 길과 길을 연결한 것이다. 100억이란 돈이 순천지역 독거노인들을 위해 쓰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왕에 이런 문제가 나온 김에 공론화 시켜 토론해야 한다. 차후에 개발사업 할 때는 조심하도록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원도심 주민 이충현씨(50)

▲ 파헤쳐진 흙이 올 여름 큰비에도 무사할까?
▲ 망북 쪽에서 올라 약수터 가는 길. 물봉선화가 곱게 피어 있던 그 길을 두고 바로 옆에 또 길을 파서 둘레길을 연결했다. 왜 그랬을까?
▲ 길옆의 저 설치물은 뭐하는 물건인고?
▲ 산 아래 펼쳐진 전경이 다 보이는 곳. 전망대가 또 필요했을까?
▲ 바로 옆에 등산로가 있는데, 계단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또 만들어졌다.
▲ 멀쩡한 나무를 자르고, 그 위에는 철쭉을 심었다.
▲ 어떤 곳은 나무를 파거나, 자르고, 어떤 곳은 나무를 심고 있다.


취재: 박경숙, 임견이, 김옥서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