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에서 사랑어린배움터 탐방 온 교사들

“내가 일반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인데도, 일반학교에 보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교사들이 식당에 둘러 앉아 나누는 이야기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불신하는 한국사회의 교육현실. 그에 대한 답답함으로 해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월 23일(목) 해룡에 있는 대안학교 사랑어린배움터에 60여 명의 경상남도 중등 교사들이 찾아왔다. 경상남도교육청 주관 ‘대안교육 이해 직무연수’다. 대안교육에 대해 이론을 듣고, 전국에 있는 대안학교 중에 배울만한 곳으로 찾아왔다.

경남교육청에서 진행하는 ‘대안교육 이해 직무연수’는 올해로 5회째다. 공립대안학교 태봉고등학교가 문을 열던 해, 좋은 교사를 모시기 위한 목적으로 개교 전 시작한 것이 교사들의 관심이 높자 현재는 경남교육청 주관으로 매년 진행하고 있다. 일반 교사연수 프로그램은 40명 정원도 못 채우는 게 보통인데 여기에는 60여명이나 참가했다. 대안교육 현장에 다녀오면 교사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한다.

두 대의 버스에서 내린 교사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학교를 둘러봤다. 김민해 교장의 안내에 따라 그동안 학교를 만들어 온 영상을 시청하고 짧은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잠시 손을 맞잡고 우리의 마음을 조율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현악을 조율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조율하는 것입니다.”라는 김민해 교장의 주문에 관옥나무 도서관에 모인 교사들은 어리둥절하며 손을 맞잡았다. 경남, 전남 구분 없이 저마다 맞잡은 손, 잠시 시간이 흐르고 장내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고요해질 때쯤 김민해 교장의 말이 시작됐다.

 
“요즘 저는 간절한 바람이 하나 있어요. 제 눈이 씨앗에서 나무를 보고 알에서 새를 보게 하소서 하는 누군가의 기도문이 있는데, 그 기도가 나에게 이루어지길 염원하며 살고 있습니다.”

현상에 옭죄이고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존재하게 하는 근원을 보려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질문을 하면서 나름대로 답을 얻은 것이 있단다. “가슴으로 살고 싶어요. 이 광란의 시대에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려면 가슴으로 살아야겠다, 가슴의 소리를 들어야겠다, 하며 요즘 가슴을 자꾸 어루만져봅니다. 이 목숨 다할 때까지 내 가슴을 잘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살고 싶어요. 그리고 가슴에 자주 묻습니다. ‘주님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겠습니까?’ 가슴에 진실이 있고 진리가 묻어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삶의 변화를 원하는데 어떻게 잘 해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나부터 시작해야지요. 내가 먼저 일상의 혁명을 이룰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일상의 삶에서 가슴에 묻고, 가슴을 사랑하며, 가슴의 삶을 염원하며, 하루하루 살면 좋겠습니다.”라는 그의 말을 마치고 교사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 ‘대안교육 이해 직무연수’차 사랑어린배움터를 찾은 60여명의 경상남도 중등 교사들
‘대안교육 이해 직무연수’ 현장 실습인 사랑어린배움터 방문은 1시간 남짓 진행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진명여중 윤주희 교사는 “저런 모습이 우리의 삶이 되어야 하는데… 뭐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나 본질적인 고민, 방향을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다른 교사는 “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철학, 교육활동, 학부모 교육 등 하루 종일 보고 들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아쉬워요. 한마디로 충격입니다. 마을 안에서 잔치처럼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고 말했다.


경남 교사들의 질문과 김민해 교장의 답변

“할 수 있는 만큼 정성을 들여보자.”

 
-이 학교 이름이 정확하게 뭔가요.‘사랑어린학교, 사랑어린이학교’라는 말을 하던데….
사랑어린배움터입니다. ‘어린’이란 말은 어리다는 말이잖아요. 저 사람은 참 정성어린 사람이야 하는 말은 들어 보셨죠. 동양적이고 한국적이에요. 이 학교를 거쳐 가는 모두가 (여러분을 포함해서) 저마다 사랑어린 사람이라는 사실에 눈을 뜨면 좋겠어요. 그와 같은 존재의 실상을 잊지 말고 자기 삶의 중심에 가지고 살면 좋겠습니다. 우리학교의 교육목표가 수처작주, 저마다 삶의 주인공으로 사는 것입니다. 저마다 자신의 길을 가려면 자기가 사랑어린 사람이라는 것에 눈을 떠야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어울려 살 수 있습니다.

-새천년은 어떤 의미인가요?
여느 때의 천년을 맞이한 것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인류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는 때가 왔다고 합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20세기까지 해왔습니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평화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의 역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보수와 진보, 좌와 우, 남과 북, 노사 모두가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사고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지요. ‘교육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질문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해주면 다 잘 될 거라 생각했지만, 돈 쏟아 부어서 잘 됐습니까? 일어나는 현상이 모든 것인지 알았지만 이제는 정말 씨앗에서 꽃을 보고 알에서 새를 보는 눈을 갖고 새로운 인식으로 살자는 것입니다.

-동영상을 보면 마을과 함께하는 내용이 많은데 더 듣고 싶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마을을 생각하고 마을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마을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 거지요. 진실과 진리의 삶을 살았던 마하트마 간디가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100년 전에 한 말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왜 그런 삶을 못 사나요? 꿈을 꿔봅니다. 꿈이야 누가 못 꾸겠습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지요.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진실과 진리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삶의 전형이 되어야 할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고통스럽고 불행할 것입니다. 마을에 있는 학교로 마을과 함께 지금 여기에서 잔치가 이루어지는 마을을 꿈꾸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도 같은 뜻을 갖고 있나요?
서서히 한 번에 한걸음씩 가보는 거죠. 학교에는 풍물패가 있는데, 학교굿패가 아니라 마을굿패라고 부릅니다. 연극도 더불어 하지요. 날마다 배움터 식구들이 마을길을 걷습니다. 백년을 생각하고 가보는 거예요.

-하늘클럽 700일 회향이라는 것이 뭔가요?
천일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됐을까? 무슨 일을 해도 건성건성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려면 할 수 있는 만큼 정성을 들여 보자.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지 않나 하며 기도를 하고 있지요. 정성의 다른 말은 기도인 것 같습니다. 기도해 보는 거예요. 이제 갓 싹이 트고 있는 여리고 고귀한 존재를 만나는데, 이 정도는 해야 될 것 같아 기도라도 해보자고 천일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무얼 먹고 자랄까요? 여러분은 학창시절 어떤 선생님을 기억하나요? 사람은 말로 자라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 기운, 에너지, 사랑의 파동 그와 같은 것이 생명력을 갖도록 한다고 봐요. 교사의 말에 힘이 있으려면 보이지 않는 정성과 사랑, 애틋함, 연민, 환대 그런 것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교사라면 바탕에 그것이 있어야할 것 같아요.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