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허니파이’운영하는 류종현&김주연 부부

 
휴먼라이브러리는 2000년에 덴마크의 평범한 청년들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로, 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을 빌리듯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빌려’서 만나는 것입니다. 기획취재2팀은 순천에서 휴먼라이브러리 프로젝트가 이루어질 수 있는‘밑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만나봤으면 하는 사람들을 기사를 통해 소개하고, 그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려고 합니다.



순천 ‘문화의 거리’ 초입에 ‘와일드 허니파이’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가 있다. 문화의 거리를 지날 때마다 참 독특한 카페라고 생각했지만, 그 카페의 주인이 지난달 ‘베니샤프 호수점’에서 열린 ‘아오이소라’ 공연 때 드럼을 치던 사람이었는지는 몰랐다. 그리고 그 사람을 인터뷰에서 다시 만나게 될지는 상상도 못 했다. 인연은 참 신기하다.

▲ 순천‘문화의거리’초입에 위치한‘와일드 허니파이’.
지난 1월 10일(금) 낮 12시에 방문한 조그마한 카페 한편에는 차와 쿠키를 만들 수 있는 바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드럼과 기타 등을 연주할 공간이 있었다.

이 카페의 이름인 ‘와일드 허니파이(wild honey pie)’는 비틀즈의 화이트(white) 앨범에 실린 1분 정도의 짧은 미완성곡이다. 쿠키를 만들어 파는 데 필요한 달달함, 비틀즈를 좋아하는 주인장의 노래 취향, 와일드 허니파이가 주는 미완성이라는 이미지, 이 세 요소가 맞아 떨어져서 비틀즈의 노래 제목이 카페 겸 밴드연습실의 이름으로 선택되었다.

2년 전 ‘와일드 허니파이’는 밴드 음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연습실이었지만, 지금은 음악을 좋아하는 동갑내기 젊은 부부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노는 듯 일하는 듯하며 살아가는 삶터가 되었다.

▲ ‘와일드 허니파이’를 운영하고 있는 류종현, 김주연 부부.
이 젊은 부부의 첫 만남은 2008년 군산에 살던 남편 류종현 씨가 목사인 형님의 일(청년 사역)을 도와주기 위해 주말마다 순천에 오면서 시작되었다. 교회에서 지금의 부인인 김주연 씨를 만나게 되었고 순천에 터를 잡게 되었다. 류 씨는 밴드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 순천에는 밴드 문화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음악을 좋아하는 원어민 교사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murphy's law(머피의 법칙)’라는 팀을 만들어 밴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 포스코 신입 사원들이 만든 ‘핫코일’에서 드럼을 치기도 했다. 할 줄 아는 것만 있었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그는 점점 사람을 알아가게 되었고,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과 함께 ‘매곡동 하극상’이라는 밴드도 만들었다.

지금은 순천을 기반으로 한 어쿠스틱 밴드인 ‘세시네 밴드’의 리더 겸 기타리스트이자 비닐엘피(vinyllp)라는 밴드의 드럼 연주자로, 중앙시장 상인회 밴드인 ‘병따게’에서는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음악을 공부하려는 지역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이다. 부인은 쿠키와 커피를 팔면서 키보드가 필요한 밴드가 있을 때 음악을 한다.

이렇게 이들은 지역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생활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지 못한다. 하고 싶은 일보다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잘 하는 것이 일치된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려면 많은 불안과 두려움이 따른다. 이 부부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보다 높은 월급과 안정을 택하기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숨만 쉬어도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를 지출하니 경제적으로 빠듯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이 부부는 “예전에는 이틀 벌어서 하루 먹는 삶을 살았다면, 지금은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삶을 사니 좋아진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 부부에게 음악은 ‘놀이’이자 ‘일’이다. 이들의 삶에 놀이와 일은 구분되어 있지 않아 보였다. 사람들이 보기에 이들은 ‘노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 놀고, 놀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인디밴드의 불모지였던 순천에서 최근 카페에서 공연을 하는 밴드가 많아졌고,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밴드문화의 활성화에 기여한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들 부부의 움직임이 하나의 ‘작은 씨앗’이 되지 않았을까?

 
인디밴드들의 작명센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인디밴드들의 이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인디밴드들의 독창적인 작명센스가 놀라웠다. 기획취재 2팀은 아직 팀 이름을 정하지 못했는데, 그들의 센스가 부럽기만 하다. 독창성은 자유로움에서 나오는 것일까? 모두 놀라웠지만 그 중에 두 가지만 소개한다.

중앙시장 상인이 주축이 된 밴드 이름은 '병따게'이다. 그 이름은 ‘병든 사회를 따뜻하게’의 줄임말이란다.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또 하나는 류 씨가 리더로 있는 ‘세시네’ 밴드. 악기 연습을 하다가 세 시가 되면 각자 집에 돌아갔는데, 그때 “세시네?”라는 말이 자주 나와서 밴드 이름을 ‘세시네’라고 지었단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기획취재 2팀: 김연희 , 박경숙, 이정솔라 , 임경환, 임옥경 취재
▶정리 임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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