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철도운동장 위에 개장

“야! 기차다”

엄마 손을 잡고 길을 가던 꼬맹이의 외침!

“큰길 한복판에 웬 기차?”하며 고개 돌려보니 정말 기차 한 량을 옮겨놓은 듯한 건물이 보인다. 기차 모양의 벽화가 그려진 건물이 어느 날 조곡동 철도 운동장 위에 자리 잡았다. 카페 이름은 ‘기적소리’

그 카페가 지난 1월 11일(토) 문을 열었다.

개장식을 하는 토요일 오전 11시경 카페 앞에는 아침부터 조곡동 주민과 주민자치위원, 순천시 공무원, 철도 직원과 가족들이 많이 모였다.

일반적인 카페 개장식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역 주민이 와서 마치 자기 일 인 듯 기뻐하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2007년부터 조곡동 주민자치대학, 우리 동네 상상프로젝트, 철도 문화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로 함께 해 왔던 주민공감 프로그램 운영의 경험에 조곡동 주민과 철도협동조합이 함께 힘을 모아 마을 카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개장식에 참가한 김석 시의원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동네 사람들이 함께 만들었기 때문인지 편안한 쉼터가 생겼다는 느낌이다”며 “철도 카페가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순천 조곡동 주민들에게 나눔과 소통의 공간이 될 마을 카페 ‘기적소리’

공공철도의 희망이 지역 주민과 만나는 호남철도협동조합 카페 ‘기적소리’

소규모 커피 농부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급하고, 경제적 자립을 돕는 유기농 커피를 먹을 수 있는 공정무역 카페 ‘기적소리’

이제 곧 ‘내일로’ 여행객들의 성지가 될 철도마을 카페 ‘기적소리’

일제 강점기 철도 직원을 위해 조성된 순천 조곡동의 철도 관사마을을 중심으로 한국 철도역사의 숨소리를 오롯이 간직하고 그 중심이 될 철도박물관 카페 ‘기적소리’

역사 깊은 철도 운동장이 문화생활체육공원으로 변신해 앞마당에 아주 큰 정원을 갖게 될 가족카페 ‘기적소리’

자신이 아끼는 소중한 책을 기증해서 카페를 이용하는 누구나 책을 읽고 대여해 갈 수 있는 북 카페 ‘기적소리’

누구나 와서 노래 부르고, 책을 보고, 이야기 나누고, 공부하고, 전시하는 문화적 감성이 넘치는 예술 공간 카페 ‘기적소리’

까치밥을 위해 홍시 서너 개를 남겨둔 우리 조상의 지혜처럼 누군가가 미리 음료값을 지급하고, 지원받은 이는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때론 시원하게 갈증을 풀고 갈 수 있는 정이 넘치는 까치밥 홍시 가게 ‘기적소리’

잉여금이 생기면 조합원의 복지를 살피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겠다고 약정한 놀라운 가게 ‘기적소리’

화장실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봉화산 둘레꾼이나 조곡동 주민들에게 화장실을 제공하겠다는 개방 화장실 카페 ‘기적소리’

일반의 카페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카페 설립 비용도 소비자 협동조합 방식으로 조합원의 목적출자금으로 충당하고, 카페 이름도 조합원들에게 공모하고, 북 카페를 위해 책을 기증받고, 카페 인테리어를 위해 베이비 샤워처럼 지인들의 아끼는 소품 한 두 개씩 내어 놓고, 개장식에서 많은 지역 주민의 재능기부를 이끌어 내고...

11일(토) 저녁 7시에 시작된 카페 개장 기념 문화공연도 여느 공연과 달리 진행되었다.

김석 시의원의 대금 연주, 별량중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축제 때 펼쳤던 재미난 합창, 조합원 가족의 멋진 가야금 연주까지.

개장식에 카페를 찾는 고객들에게 특별히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손 글씨 ‘캘리그라피’ 나눔 행사였다. 개장식에 참석한 고객 누구나 멋진 글귀나 가훈을 ‘캘리그라피’로 써서 나눠 주었다.

철도 카페를 개장한 호남철도협동조합 소경섭 이사장은 “철도관사는 한국 철도 114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전국에서 보기 드문 근대자원이 있는 자랑스러운 마을이다”고 소개한 뒤 “철도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철도 노동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기적소리를 만들어 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카페 ‘기적소리’가 지역 주민과 철도 노동자가 함께하는 훈훈한 사랑방이자 만남의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서울의 유명한 성대골 마을카페 ‘사이시옷’처럼, ‘성대골도서관’처럼, ‘기적소리’가 조곡동 마을공동체의 허브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순천에서는 처음으로 까치밥 홍시 가맹점인 카페 ‘기적소리’에는 마을 어른을 위한 대추차 10잔, 철우회 선배를 위한 음료 5만원, 개장식날 수고한 카페매니저를 위한 맥주 2병, 폐지 줍는 노인을 위해 따뜻한 차 5잔이 적립되어 있다.

김주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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