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교수
작년 12월 20일에 전라남도의사회가 마련하고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순천지회와 성악가 유환삼씨 등이 준비한 송년회 행사인 '사랑나눔 음악회'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순천시 큰 자산의 새싹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출연진들이 재능기부를 통하여 보여준 색소폰 연주, 현악 4중주, 소고춤, 국악, 가곡 등은 지역 행사로는 보기 드물 정도의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 얼마 전 지역 시민단체의 20주년 기념식에도 지역 밴드가 출연하여 흥겨운 연주를 선사해주기도 하였다. 또한 동천 주변에서는 색소폰 동호회를 비롯하여 청년들의 인디밴드 공연도 자주 벌어지고 있어 근사한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접하는 행운을 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역민들에 의한 이러한 다양한 공연이 순천 지역의 문화 수준을 높여주고 있는 셈이다.

순천에서 다양한 문화 공연이 펼쳐지게 된 계기는 생태 도시를 지향하면서 구도심 회복을 위해 순천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또한 정원박람회와 여러 축제에서 볼거리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순천시와 예총 순천지회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주체는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평소 가꾼 솜씨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던 순천 시민이었다. 간헐적으로 참여한 도시 축제를 통하여 공연팀으로 발전했으며, 이제는 어떤 무대에서도 자신 있게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단계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최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지역문화를 비롯하여 개인의 여가시간을 채워줄 다양한 유형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특히 순천은 전국에서 문화재가 가장 많은 도시이며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 자원을 갖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천은 아직 머무는 휴양도시로는 자리매김하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작년에 430만 명이나 관람했던 국제정원박람회도 머무는 관광으로 발전하지 못했으며, 관광 특수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외국 여행을 가면 꼭 빼놓지 않고 해보고 싶은 일이 바로 문화체험이나 공연을 보고 지역음식을 접해보는 일이다. 순천을 명실상부한 생태 문화 수도로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기존의 자연과 생태에 추가하여 반드시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켜 그것들을 융합시켜 주어야 한다. 음식은 매우 중요한 문화 요소이다. 문화와 예술이 육성되어야 자연과 생태에 스토리가 생기며, 이 스토리가 모든 요소들을 하나로 엮어내 주기 때문에 도시의 모습에 생동감을 주게 된다. 바로 이러한 소프트웨어적인 노력이 도시 재생 노력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생태도시 완성을 위해서는 어메니티(생활의 쾌적성)가 강조되는데 환경과 생태의 자연적 요소 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 문화예술 및 여가시설, 체육시설과 공공서비스, 복지서비스 등의 사회적 요소까지 포괄하여 접근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역의 어메니티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로 문화예술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통하여 지역의 생태환경의 질도 개선하고, 지역 정체성도 확보하면서 공동체의 건강성도 유지하고 지역 주민의 소통 통로로 활용하면서, 결국 지역 발전으로까지 연계시키고 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탈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는데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으며, 영국의 세필드 등에서 지역 활성화를 견인하는 등 여러 성공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 수도로 지정된 도시에서 1년 동안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EU가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사업이다. 이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다. 문화예술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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