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규
순천인안초 교사
모든 국민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곳에서 교육은 기대와 실망을 널뛰기한다. 교육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새해의 시작, 지금 우리 지역의 여러 학교가 만들어가고 있는 학교 혁신의 실제 장면들을 살펴보자.

학교장의 수평적 리더십
#1. 토요일 오전, 학생들의 지역 탐사 프로그램 인솔자는 교장 선생님, 학교에서나 밖에서나 인자한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과 격의 없이 친근하다. 4학년 아이들의 자전거 도전활동에 지원자로 나선 분도 교장 선생님. 교사들과 함께 협의한 교육활동은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책임자가 된다. 운동장 애국 조회의 지루한 훈화, 지시전달만 하는 교무회의의 꽉 막힌 교장선생님은 이제 ‘검정고무신’에 나오는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자율과 책임을 키우는 학생자치활동
#2. 전교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저학년 동생들은 놀이 시간에 끼어드는 형들의 횡포를 이야기하고, 형들은 에스보드를 타고 정리하지 않는 동생들을 질책한다. 하여 아이들은 조금은 황당하게 보이는 규칙을 만들지만, 그것은 자기들의 것이므로 잘 지킨다. 전교학생회의 각 위원회가 모여 ‘필리핀 돕기 알뜰 바자회’를 방학식 날 하자고 결정하자, 각 위원회의 준비가 부산하다. 음식, 도서, 완구 준비와 결산에 송금까지 어느 때보다 뿌듯함을 안고 방학에 들어갔다.

아이들을 존중하고 배움에 주목하는 선생님
#3.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한 명씩 맞이하는 선생님, 선생님이 타 주신 따뜻한 차 한 잔에 책 읽기는 차분하고 진지하다. “OO가 잘 듣다가 그 부분에서 딴청을 피우는 것이 주어진 과제가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교사들은 수업시간 아이들의 배움에 주목하며 생각을 나눈다. 수업은 협력을 경험하는 시간, 모둠원이 서로 돕는 가운데 각자의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수업을 위해 교사들은 부지런히 배우고 협의한다. 단 한 명의 배움도 소홀하지 않는 학교 공동체, 서로에게 배우는 교원들의 집단 지성이 오늘도 빛을 발한다.

학교와 지역에 맞춘 교육과정 운영
#4. 백운산이 가까운 학교는 숲 프로그램을, 순천만을 정원으로 둔 학교는 흑두루미 프로젝트를, 지리산과 첨산은 또 그 나름대로. 학교를 둘러싼 자연과 사람들에 맞춘 교육과정은 생동감이 있고 지속가능하다. 도시와 읍면의 아이들이 공통으로 배워야 할 것도 있지만 ‘나’와 ‘우리’를 자랑스러워하고 그것을 잘 지켜내게 하는 공부는 학교가 담당해야 한다. 모두가 순천만을 한 번 휙 하고 지나더라도 지역의 학교는 그곳을 제집 드나들며 알아가고, 사랑하며 지킬 의지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주체로 나서 참여하는 학부모
#5. “배우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어디 아이들 뿐일까? ‘아이와 대화하기’, ‘학교혁신을 위해 부모가 할 일’ 등 다양한 주제로 학부모 강좌에 참여한다. 아빠모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벤치도 만들어 주고, 학부모회에서 주관한 가족캠프는 학교의 부담을 줄이고 가정의 참여는 배로 늘리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정기적으로 담임과 간담회를 하고, 월례학부모 모임의 결과는 한자리모임으로 학교에 반영된다. 참관자에서 주체로 나서는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교육에 집중하는 지원행정
#6. 모내기 체험학습을 앞두고 행정실은 현장에 천막 치기, 샤워장 만들기, 장비 운송을 담당했고, 교장, 교감 선생님은 못줄 잡기, 징 울리기, 교사들은 모판 나르기와 시범을 맡았다. 6학년 지리산 종주 도전활동 때는 주무관까지 나서서 뒤처진 아이들을 인솔했다. 교감 선생님과 행정사들이 팀을 이뤄 교사들이 수업 외에 처리해야 했던 잡무(공문 수발 등)를 전담하자 선생님들은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가 교실을 중심으로 한 지원행정의 체계를 잡자 교직원 모두가 교육자라는 자긍심을 돌려주었다.

갑오년‘혁신학교’의 들불로 널리 퍼지기를
2010년 지방자치선거의 핵심 교육이슈는 단연 무상급식이었다. 다가올 올 6월의 지방선거에서의 그것은 [혁신학교]가 될 것이다. 21세기에 맞는 미래형 공교육모델을 만들어가기 위해 출발한 혁신학교가 우리 전남에도 50개가 넘고 있다. 교육이 ‘리바이어던’의 이기심을 넘어 ‘펭귄’의 협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염원이 혁신학교라는 희망을 키우게 했다. 고부의 작은 횃불이 삼천리로 들불처럼 번져간 갑오년이 120년 만에 돌아온 2014년, 혁신학교의 들불로 널리 퍼지기 위한 횃불들이 지금 여러 학교에서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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