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만┃들┃어┃가┃는┃공┃동┃체-순천인안초등학교의 새로운 도전

간헐적인 체험활동, 뭔가 아쉬운 현장학습,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학교에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순천인안초(교장 임종윤)는 협력과 교류를 통한 배움의 영역을 넓히고자 특색 있는 활동에 도전했다.

먼저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교사들끼리 협의를 했다. 협의를 통해 선정된 활동은 학년마다 다 달랐다. 1학년은 순천만 40리길 걷기, 2학년은 송광사에서 선암사까지 걷기, 3학년은 인라인타고 50리 순천길 달리기, 4학년은 자전거 타고 순천 돌기, 5학년은 내가 계획해서 가는 경주 2박3일 답사, 6학년은 지리산 2박3일 종주하기였다. 모두가 성취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가 준비되었다.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연습장이 마련되었고, 단계별 훈련이 시작되었다. 

▲ 인안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도전활동으로 진행된 ‘순천만 40리길 걷기행사’.
1, 2학년 학생들은 포장이 되지 않은 흙길을 걸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억새를 보며 학교에서 순천만까지 걷고, 용산 전망대에 오르고, 봉화산 등반을 했다. 자연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힘들지 않았다. 순천만 뚝방에 올라 저 멀리 한가로이 노니는 새들을 보며 순천만의 여유로움을 만나고 용산에 올라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보는 이번 도전활동은 몸이 아닌 마음의 도전을 받는 기회가 되었다.

학생들의 도전활동을 지원한 이미임 행정사는 “순천만 40리 길을 걸으며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순천만의 아름다운 전경을 보게 되었다. 학생들의 새로운 도전을 반겨주는 이웃들의 응원에 힘이 솟기도 했다”고 말한다.

3, 4학년은 인라인 타고 순천만을 달리기 위해 일주일에 한 시간씩 연습을 했다. 자전거와 인라인을 못타는 아이들을 특별 지도하기 위해서였다. 학교에서 순천만 자전거 길을 수시로 다니며 연습하다 가을 단풍이 짙게 물들어가는 11월 초 ‘자전거 타고 우리 지역 살펴보기’라는 주제로 자전거 체험에 나섰다.

▲ 3, 4학년 학생들의 인라인타고 순천만 달리기 도전활동.
학교에서 순천만을 거쳐 시내에 있는 동천 끝자락까지 잔잔히 흐르는 하천 주변의 아름다운 꽃들, 식물들을 관찰하며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아름다운 순천의 풍경을 눈에 아로새기고 상쾌하게 스쳐 지나가는 풀내음 나는 바람을 한껏 들이키며 순천이 이토록 아름다운 곳임을 다시 발견하는 순간, 지금 살고 있는 이 곳 순천을 소중히 보존해 가야 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5학년은 1학기부터 역사와 경주에 관한 두 세권의 책을 선정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읽었다. 충분한 사전 지식을 익히고 조별로 경주 답사 계획서를 작성한 후 비로소 답사에 나설 수 있었다. 버스를 놓쳐 내내 걸어야 했던 답사는, 관광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수학여행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6학년의 도전은 2박 3일 동안의 지리산 종주였다. 어른들에게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기초 체력을 위해 1주일에 한 번 자전거 하이킹을 했다. 봉화산, 백운산, 조계산을 순차적으로 등반하기도 했다. 지리산 종주 출발 새벽, 선서식에서 문철민 교사가 “머리가 버티는 한 다리는 견딜 수 있다. 그러므로 쓰러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시 일어날 용기를 잃지 말라.” 는 전설적인 등산가 라인홀트 메스너가의 말을 들려주었다.

 
지리산 종주는 어린 초등학생들이 라인홀트 메스너의 격언을 몸소 느끼는 장이 되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에서 일출도 보았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견디고 이겨낸 학생들과 함께 일출을 바라보며 어떤 희망 같은 것이 마음에 출렁였다. 학생들이 해낼 수 있을까? 염려하고 걱정했던 것은 기우였다.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걷고 또 걸으며 옛 자취와 명산을 온몸으로 느끼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도와 가며 도전활동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학생들은 어렵고 힘들어도 참고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함께 경험 했다.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해준 도전활동이었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은 일이었다. 작년 9월 말, 6학년 지리산 종주를 시작으로 11월 초 5학년 경주 답사까지 마무리하며 어찌 학생들만 배웠겠는가? 세심하게 점검했고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 한 교직원은 학생들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지혜의 나침반을 선물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한 1년 이었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면서도 나중에 오는 친구의 손을 잡아주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 결코 놓쳐서는 안 될 학교교육의 본분일 것이다.

순천인안초 교사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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