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은 인구 28만의 도농복합도시이다. 전체 면적 910.44km² 중 도시지역의 면적은 불과 88km² 남짓이지만, 인구의 약 70%가 도시지역에 밀집해 생활하고 있다. 순천시는 2013년의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시작으로, 람사르 습지인 순천만과 이와 같은 생태자원을 활용해 조성된 순천만국가정원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대한민국 생태수도라는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이는 도시화된 공간에 생태적 가치를 접목시킨 모델로서, 지방도시 발전 가능성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꽤나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풍부한 자연환경과 청정한 지역 이미지만으로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구축해온 ‘생태수도’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굳건히 하려면, 자연환경을 이용한 관광지 조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생태적인 방식을 습관화 할 필요가 있다. 가령 상품을 생산하고 포장하는 방식을 바꾸고, 전자문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폐지 발생량을 줄여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등의 노력도 하나의 생태적 전환점이 된다. 또한 보일러, 에어컨, TV, 냉장고 등에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훌륭한 생태적 실천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거환경에서 에너지 자체를 거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면 가장 획기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공간에 맞게 창을 잘 계획하여 낮에는 조명을 켜지 않는다던가, 남쪽의 창을 크게 내어 겨울철에는 햇빛으로 난방을 하고 여름철에는 창에 그림자가 지도록 하여 냉방의 효율을 높이면 어마어마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연의 에너지를 잘 끌어서 사용하고 내부의 에너지는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만드는 방식, 이것을 건축에서는 패시브하우스 기술 또는 친환경 건축기술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해석할 때에는 ‘수동적 건축’보다는 ‘순응의 건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사실, 순천은 패시브하우스를 짓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기후환경이 좋아 패시브하우스 성능을 구현하는데 단위면적당 공사비가 전국 최저수준이다. 또한 지속적인 교육의 결과로 설계, 시공, 자재 등 전국 기술 인프라의 약 20%가 순천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더해, 순천시에서는 에너지 성능에 따라 예산범위 내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금을 지급 한다. 뿐만 아니라 관련 심포지엄, 컨퍼런스, 토크콘서트 등 각종 홍보행사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민·관·전문가집단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2013년 이래 순천에 건립된 녹색건축물 및 패시브하우스는 70여 채에 이르고 국제적 공인기관인 독일 PHI로부터 인증 받은 패시브하우스도 전국 36동 중 26동이 순천에 있다.

이러한 순천의 독보적인 패시브하우스 건축자원은 친환경 건축을 공부하려는 국내외 대학생, 관련단체, 예비건축주들의 답사지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19년에는 중국정부가 국가건물에너지절약 산업기지로 선정한 가오베이디안시(중국, 河北省)가 제 23회 패시브하우스 컨퍼런스를 유치하여, 패시브하우스 기술관련 국제적 학술행사를 유치한 아시아 최초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는데, 순천시의 건축자원을 활용한다면 우리시에서도 국제적 학술행사 유치가 가능해 진다. 고효율 에너지자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면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으니 1석3조가 아닌가. 패시브하우스 기술은 주거 이외에도 수영장, 호텔, 찜질방, 발효실, 보관창고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세계가 추구하고 있는 저탄소 농업, 저탄소 산업을 가능케 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올해 하반기 순천시는 신청사 건립을 위한 현상설계공모에 착수할 예정이다. 학생 아이디어설계공모, 시민참여 디자인단 워크숍 등 좋은 시청사를 짓기 위해 전국에 유래 없는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순천시의 상징이자 순천시민의 가치철학이 담겨질 신청사가 무늬만 녹색건축이 아닌 대한민국 생태수도라는 웅장한 비전에 부합하는 진정한 의미의 생태적 건축으로 건립되기를 희망한다.

 

▲ 건축사사무소 시인공간 대표 박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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