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녹색평론 독서모임 카톡방에 문건이 한 장 올라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진환자 발생보고'였다. 광주 사는 확진자의 남편이 광양에 거주한다며, 몸조심하자는 당부가 뒤따랐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다른 통로로 이름, 회사, 딸과 아들의 신상이 들려왔다. 깜짝 놀랐다. 이렇게 빨리 세세한 정보가 삽시간에 퍼지다니, 와우~ 경이로웠지만 이내 한 가족이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는 생각에 이르자 "아~ 어쩌지" 싶었다. 그 가족은 졸지에 ‘현대판 불가촉천민’이 되어버렸다. ‘낙인’ 찍힌 그들의 잘못은 무엇인가?

개인위생에서 놓치기 쉬운 것이 몇 가지 있다. 밖에서는 마스크를 방한대처럼 열심히 쓰고 다니지만, 건물 안에 들어오면 벗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실내에서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감염된다.

‘무증상 감염’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독일 사례는 증상이 심하지 않았을 뿐인데, 인지하지 못했던 경우였다. 발열, 기침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없다면 감염되지 않는다. 그리고 손은 '흐르는 수돗물'에 씻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신종이라 치료법을 아직 모른다. 또 RNA 바이러스라서 변형이 빠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를 살펴볼 때 공포 속에서 떨고 있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첫째,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강한 전염력에 비해 치명적이진 않다. 중국의 치사율은 2.1%이지만,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의 사망률은 0.16% 수준이다. 둘째, 건강한 사람도 이환될 수 있기에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하나, 지금까지 사망자의 80%는 60세 이상의 노인이다. 또한 75% 이상은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등 1종 이상의 기저질환이 있었다. 세째, 현재 의료 상황이 중국 후베이성보다 한국은 공중보건이 상대적으로 잘 되어있다. 선제적 예방조치뿐만 아니라 발견과 치료가 잘 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불안이 사회를 집어삼키고 있다. 불안은 살기 위한 일종의 보호 장치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불안의 과잉은 ‘없는 마녀’를 찾도록 부추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불안은 멸절 불안이다."라고 한 정신분석가는 말했다. 이번 사태는 특정 세력에게 멸절의 불안을 깊게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태극기부대 등 극우세력은 한국에서 곧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멸절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듯, 자신 이외의 존재는 모두 마녀로 취급한다. 당장 쓸어버려야 할 것처럼 광범위한 공포를 조성하고, 그럴듯한 혐오를 조장한다.

재난은 고통스럽지만, 기회의 문이기도 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처음 발생지인 우한은 덩샤오핑의 '경제성장 지상주의'가 실현된 대표 도시다. 많은 공업단지와 수백 개의 연구소, 수천 개의 첨단기술기업이 있다. 오직 저임금을 매개로 한 경제성장에 매진했다. 그곳은 안전과 위생, 복지 등 생명의 근원적 요건은 뒷전이었다. 이번 사태의 감춰진 배경이다. 우한이 중국만 있지 않다. 세상에 널린 게 우한이다.

이제 다시 국회의원 선거다. 때맞춘 기회를 외면하고 또다시 성장을 외치며 개발 공약이나 남발하는 후보는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 오늘 우리의 안위는 중요하며, 내일의 안녕은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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