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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재심재판 승소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박병섭  |  bsp8651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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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호] 승인 2020.02.17  10: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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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재심 선고가 내렸던 지난 1월 20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부 재판정에서는 기쁨의 함성이 터졌고, 재판정을 나서는 유가족, 시민단체 방청객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더 일찍 명예 회복을 하여 드리지 못한 점을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면서 김정아 재판장 과 배석 판사, 한대웅 검사와 배석 검사가 함께 일어나서 국가를 대신하여 울먹이며 사죄 인사를 했다. 감동이었다.

 

   
▲ 여순사건 무죄 환영 현수막

 

얼마나 기다려온 순간이었던가? 내란죄, 국권문란죄를 뒤집어쓰고 처형당한 지 72년 만이었고, 재심을 청구한 지 8년만이었다.  재심,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하여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시정하는 비상 구제 절차라고 법원은 누리집에서 설명하고 있다. 법은 재심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여 법의 안정성을 꾀하고 있다지만, 사실 인권의 보장보다 체제와 권력의 안정을 뒷받침했다. 2011년 11월에 제기한 재심 청구가 국가를 대리하는 검사의 즉시 항고와 재항고, 대법원의 지연 결정으로 지난해 3월 21일에야 재심 결정이 났다.  

대법원의 결정이 늦었지만 다행했던 것은 여순사건 재심의 필요를 명확히 함으로써 하급 법원의 부담을 줄여 주었다는 점이다. 재심 결정문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의 실체를 ‘사법 작용을 가장한 국가의 무법적 집단 학살’로 규정했다. ‘피고인들이 국가의 불법적 행위에 따라 무고하게 희생된 것은 분명하고, 따라서 이에 대한 국가의 사죄와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 못박은 것이다.

2018년 여순10·19특별법 제정 운동을 펼쳐온 지역의 시민사회와 학계 인사들은 재심대책위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방청하며 지역사회와 언론의 관심을 촉구 했다.  

재심 재판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첫 공판과 두 번째 공판에서 재판부와 검찰 측에서는 입증 자료의 부족을 토로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제주도 4·3 재심 재판의 선례에 따라 원고 측 변호인은 공고 기각을 거론하였다.

이에 대책위는 공소 기각은 자료 부족에 따른 고육지책으로서 무죄에 준한다 고 하지만, 무죄 판결은 아니라고 보았다. 공소 기각은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도 받았다.

대책위는 지역사회 각계 인사와 기관장, 일반 시민의 서명을 받아 무죄 판결을 촉구하였다. 또한 재판부와 검찰 측이 참고 할 수 있는 국가기록원, 당시의 상황을 알려주는 신문 기사와 회고록을 적극 발굴하여 제출하였다. 장경자 유족은 유족 대로 피해자 장환봉 부친과 같은 시기에 근무했던 퇴직 철도원을 찾아 증언을 구했다.  

이번 재심 과정에서 한대웅 검사는 나름 최선을 다해 주었다. 2차 공판 때 자료를 구할 수 있는 기간을 요청하였으며, 중간에 공소장을 복원하면서는 당시 관점에서 개인별 혐의 사실을 특정할 수 없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였다. 또한 증인으로 보수적 관점의 인사보다 중립적인 관점에서 진술을 들었다.

3인이 신청했던 재심은 1인의 무죄 판결로 끝이 났다. 순천과 여수 곳곳에는 무죄 판결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었다. 당시 군법회의에 회부된 인원 중 그 이름이 남아있는 분은 얼마되지 않는다. 군법회의에 회부되지도 않고 김백일 등 현지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에 따라 희생된 인원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여순10·19 당시에 가담자로 분류되어 국민보도연맹에 강제 가입되었다가, 국민을 버리고 도주하던 이승만 정부의 학살 명령으로 희생된 국민은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정아 재판장은 판결문 끝부분에 ‘여론(餘論)’이라고 이름 붙인 덧붙임 글에서 재심 재판의 한계와 특별법 제정의 필요를 길게 서술하였다. 재심 결정 때 일부 대법관이 재심을 반대했던 것은 여순 10·19 희생자들을 구제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재심 재판으로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에 대해 국가가 사죄하고 민·형사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사법부도 충분히 인정하였다.  

20대 국회 때 무려 5건의 여순10·19특별법이 제출되었지만 상임위에 계류된 채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4월 총선 이후 제대로 된 법안이 나오려면 얼마를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고령의 유족들은 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있는데 지자체마저 손놓고 있을 것 인가? 제주 4·3의 진실 규명에 제주도의 회의 노력이 컸음을 안다면 할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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