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 ‘공직선거법 일부 개 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선거권 연령이 하향되었다.

이로 인해 전남에 사는 고등학생 약 6000명 정도가 4월 15일에 치러지는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 유권자로서 권리를 부여받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청소년들에게 선거를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기보다는 교육의 수요자,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청소년들을 능동적인 존재, 정책에 직접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청소년은 학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기에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 ‘대한민국은 입시 중심의 교육 제도를 가지고 있어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의존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해 판이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교육청은 선거 연령 하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순천의 교사·학생들은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교육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1월 7일, 전라남도교육청은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8세 선거권을 가진 학생에 대한 교육이 중요해짐에 따라 주권자교육(선거교육) 강화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선거권을 가진 학생들의 올바른 정치 활동 보장과 민주시민 주권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질을 갖게 할 계획이다.

우선, 선거교육 TF팀 구성·운영을 통해 선거교육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고, 4월 총선에 대비해 2월 중 선거교육 가이드라인 안내, 학생 정치활동 참여 관련 사항 학교 규칙 제·개정 안내, 전남선거관리위원회와 MOU 체결 등 을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중·고등학생 대상 청소년 선거교육, 중·고등학교 교원 대상 개정선거법 교육, 민주시민교육 원칙 교육, 학교의 선거교육을 포함한 주권자 교육 정책 연구 등을 통해 선거법 개정에 따른 후속 대책을 추진해 나가기 로 했다.

 
학교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해 학교 선생님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순천 강남여고에서 재직 중인 정권섭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선생님은 “지금까지는 청소년들을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사상을 주입해야 될 대상, 바른 길로 인도해야 될 대상이라 생각하여 능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현실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연령 하향은 청소년들 스스로 그들이 처한 문제를 생각하고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무기가 생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보호대상으로만 간주되어 지금까지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를 따라가기만 했지만 선거 연령 하향과 같은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청소년들의 참정권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되면 그들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 강남여자고등학교 정권섭 선생님


하지만 교사의 정치적 성향이 학생들에게 투영될 수 있다는 이유를 대며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선생님은 “선거 연령 하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학교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말하며 한편 “어른들 또한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 살아 왔던 환경, 그들의 교육적 여건이 정치관에 투영되어 있다. 오히려 지금의 청소년들은 교사가 어떤 것이 옳다 이야기하더라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나름대로 자기들의 생각을 만들어 행동한다. 또한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것들을 고려하여 투표하지만, 청소년들은 올바른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잡고 투표를 한다.”며 어른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처음 시작할 때에는 어느 한 쪽 에 휩쓸릴 수도 있고 기성세대들이 보기에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정착되어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여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고 그들이 한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바라보는 것도 특정 집단의 시선일 뿐이다.” 라며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신뢰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학생들은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학생들이 유튜브 등 매체에서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어 있어 고민이 많아요.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로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학교 내에서 당연한 문화인 거죠.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선을 가지고 선거를 할까 걱정됩니다.”

순천제일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동연 학생의 이야기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만큼 편협한 정보를 담은 영상 매체만을 보고 선거를 했을 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

한편 “학교에서는 다 함께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이 놀면서 친구로 지내고 있는데 누구는 생일이 지나 국회의원 선거를 할 수 있고 누구는 저와 같이 생일이 지나지 않아 선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선거를 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금 소외되는 기분도 느껴요.”

 

▲ 순천 팔마고등학교 예비 고3 김민제 학생


순천팔마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민제 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 집단은 또래끼리 의 소속감을 중요시 여기는 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집단 내에서 선거 연령 하향으로 인해 약하게나마 누군가에게는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 처음으로 청소년들 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 하는 만큼 선거 연령 하향은 구성원들과 이해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에서도 관심 있게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선거 연령 하향의 목적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여러 측면에서의 방안들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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