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교육문제 중 가장 예민하고 심각한 문제가 초등학교 졸업생들의 중학교 배정에 관한 문제이다. 근본적으로 신도심 지역의 인구 증가가 원인이고, 이러한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여수, 목포 등 인근 도시와 광주의 일부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도심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이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집 근처의 학교가 아닌 먼 거리에 위치한 학교에 배정되는 일이 발생한다.

혹자는 이러한 행정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교육행정 담당자들을 질책하기도 하지만 인구이동이 워낙 빠르고 규모가 커 적절한 대처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인구가 늘지 않고 오히려 줄 것이라는 인구예측 통계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교를 계속 신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효율성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순천시 중학교 무시험 배정의 경과를 정리하여 보면 2005년 단체 민원을 해결하고자 배정번복을 함으로써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한 뒤 2008년 100여 명이 넘는 학부모들이 재배정을 요구하며 일주일 넘게 교육청 철야농성을 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있었다. 그 뒤에도 매년 배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이 반복되었으나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들의 적극적인 설득과 후속조치로 매년 줄어가다 2011년 이후에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

정작 필자가 제기하는 문제는 민원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에 있다. 교육지원청 정책 방향이 우선 민원발생 요인을 없애는 것에 맞춰 있다 보니 학교 배정에 불만을 품은 민원은 없어졌을지 모르나 이것보다 훨씬 구조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것은 배정에 관한 민원을 막기 위해 매년 학급수를 늘리고 학급당 인원수를 늘려왔던 신도심 지역의 교육여건이다.

제한된 시설에서 학급수를 늘여가니 특별활동교실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아도 여유가 없는 운동장, 급식실은 수용인원을 초과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매년 민원을 없애기 위해 수요를 맞추다 보니 같은 학교에서도 학년 간 학급수가 차이가 나 과목별 교사배치 등 학사 운영이 어려운 학교도 있다. 심지어 학년별 학급차이가 2배가 난 학교도 있었다.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이 어렵기는 원도심 지역의 학교도 다를 바 없다. 공동화 현상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가 학급감축으로 이어지고 원도심 내에서도 아파트 밀집지역과 인구과소 지역 간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2014년 중학교 무시험 배정 추진위원회에서 느낀 점은 정책 담당자가 현 상황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러웠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순천 교육지원청의 정책 의지를 읽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

참고로 순천시 중학교 학생 배정은 원도심지역학교(삼산중,순천여중,남산중,매산중,향림중),중간지역학교(풍덕중,이수중,동산여중),신도심지역(연향동,신흥중,금당중,팔마중,왕의중,왕운중,승평중)권역으로 나누어지는데, 이중 신도심지역의 학급수를 줄여 교과운영의 원활화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을 환영하며 이는 교육지원청의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우리 학부모를 포함한 지역사회 구성원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신도심 지역의 학급수를 줄이다 보면 신도심 지역에 살면서 중간지역 학교나 원도심 지역으로 배정된 사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같은 권역 내에서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학생 수 자연감소 전망, 가곡·오천지구 개발의 원도심 인구 유입요인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도시개발 기획단계에서부터 교육수요를 감안한 인·허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추진해온 원도심 지역 학교의 교육개선 사업을 더욱 획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통학버스 조정뿐만 아니라 순천시가 운영하는 신도심 지역과 원도심 지역을 오가는 전용 셔틀버스 도입도 파격적으로 검토해볼만 하다.

집 앞의 학교배정이 안되는 데 대한 민원을 없애려 원활한 교육과정운영의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 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잘 시행되도록 학부모를 포함한 모든 지역 사회 구성원의 공동체적 관심과 협조를 제안한다.

박상영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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