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호 순천대 인문학술원장

2019년은 순천문화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해로 평가받을 것이다. 2019년 9월에 순천문화재단이 정식으로 출범되었기 때문이다. 순천문화재단은 앞으로 순천 문화정책과 사업의 중심으로 자리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광주 전남의 문화적 정체성은 광주와 목포 등 영산강 지역을 중심으로 정립되어왔다. 순천을 중심으로 한 전남 동부지역이 지니고 있는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특징의 다양성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였다.

광주 전남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남 동부지역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지리산과 섬진강의 인문 지리적 · 문화적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쟁이나 민란 등 시대 상황이 어려울 때 지리산은 민중들을 품어주는 역할을 해왔고, 이는 한국 현대에서 광주, 전남이 표상하는 민주와 평화의 이상의 역사적 배경이 되기도 한다. 또한, 여순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은 다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또한, 섬진강은 강 양안을 따라 육로가 발달하여 영호남 교류 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영호남이 섞인 독특한 문화권을 역사적으로 형성해왔다.

남부지역의 대표적 고도( 古都 ) 순천에는 역사가 없다. 작년 2018년은 전라도 700주년과 고려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그러나 전라도 700주년과 고려 건국 1100주년 관련해서 순천에서 공식적 행사들이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 왕건을 도와 고려건국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총, 박영규 등의 해상세력이 활동했던 순천지역에서, 고려 건국 1100주년 행사가 진행되지 못했던 점은 순천지역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목포는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을 중심으로 해상과 해상세력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전주는 한국고전번역원 분원을 유치하여 지역의 고전연구와 인재양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더 나아가 광주는 한국학호남진흥원을 2017년 설립하여 호남지역 전통 기록자료 100만 여 점을 수집 및 정리하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광주전남 지역 절반을 차지하는 전남 동부지역 인문학은 해방 이후 거의 공백 상태이다. 우리 지역에는 기본적으로 인문학의 기본분야인 문학, 사학, 철학 분야를 연구하고 관련 인재를 키울 연구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국립순천대학교에 1990년대 중반에 철학과와 사학과가 생겼을 뿐이고, 사범대에 국어교육학과는 있지만 정작 아직 인문대학에 국문과도 없는 실정이다. 순천을 비롯한 전남 동부지역에 인문학 관련 연구기관이나 진흥기구도 부족하다. 더욱이 한국고 전번역원 분원이나 한국학호남진흥원 같은 국책 인문연구기관이 전혀 없다. 광주나 목포 나주지역에 있는 국립박물관조차 전남 동부지역에는 아직 설립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진행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순천문화재단은 앞으로 순천과 여수를 포함한 전남 동부지역의 전통문화자산을 활성화해가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순천문화재단은 지역의 인문학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진흥해나가야 한다. 순천문화재단 설립을 계기로 순천의 역사, 문화, 예술, 인물, 순천 정신 등을 포괄하는 가칭 ‘순천학’을 정립하고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 다. 또한 ‘순천학’을 계승 발전시킬 후속세대를 중 장기전망 속에서 육성하는데 지역대학 인문학관련 학과와 연구소들과의 협력체계구축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순천문화재단은 향후 역사문화관련 사업을 확충해야 한다. 기존에 있는 기독교 역사박물관이나 낙안읍성 박물관을 확대 개편하여 가칭 ‘순천역사자료관’을 세울 필요도 있다. 이를 토대로 순천의 역사, 문화, 예술과 관련된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개발해나가야 한다.

셋째, 순천문화재단 설립을 계기로 전남도청 내 관광문화 체육국을 전남도청 동부지역본부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순천시는 목포, 무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전남의 대표적인 전통 역사문화 도시이기 때문이다.

순천문화재단 설립을 계기로 순천에 인문학을 되찾아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역사문화도시’ 로 탈바꿈해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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