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휴일 아침, 나가려는데 거실에 앉아 있던 남편이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당신이 내몬 거잖아.”

남편은 이제 응원군이 아니다.

“힘드니까, 내려놓으라는 거지.”

“당신은 9층까지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그걸?”

“빗댈 걸 빗대야지, 거기다 빗대.”

“그거나 저거나. 이왕 나선 거, 끝까지 가 볼 거야.”

“선을 넘으면 깨진다고, 부서진다고.”

“정해 놓고 넘지 말라고 하면 그게 선이야. 악이지.”

“그러니, 차선이라도 받아들이라 했잖아.”

“차선? 약속대로 하면 되는데 그럴 의사가 없는 치들이야.”

현관문을 나서려다, 대거리하듯 내뱉는다.

“허리띠 졸라매지, 뭐.”

거듭, 그만두라는 압박이다.

“이 손으로 벌어오지 않으면 애들 뒷바라지는?”

“그 손으로 번 돈 아니어도 저만큼 잘 컸잖아.”

“큰애 전세 올려줘야지, 작은앤 마지막 학기야.”

“융통해 볼게.”

“무슨 수로? 기름값마저 더 들어가는 판인데.”

“….”

남편은 이번 인사이동에 왕복 74㎞를 출퇴근해야 하는 곳으로 전보됐다. 승진 인사이긴 했다.

“빌려주시는 거라지만 아버님한테 손 벌리는 것도 더는 염치없고.”

“이쁜 손 좀 보자.”

남편이 문을 여는 나를 돌려 세운다. 남편은 연애할 때도 내 손을 꼭 쥐고 걸었고, 퇴근해서도 손등에 입 맞추곤 했다. 작은애 대학 들어가면서부터 시작한, 6년 차 하는 일에 늘 안쓰러워했다. 살가운 남편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오늘 따라 별스럽긴.”

나는 슬며시 손을 뒤로 감췄다.

“로봇밀도 8년째 세계 1위라는데, 더 심해지겠지…. 이제 그 손, 좀 쉬어라, 응.”

자동화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일자리 잃는 건 비정규직이었다. 우린 뭉쳤고, 싸웠다. 직접 고용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사람잡기 1등인 로봇이네.”

“스마트 톨링으로 바뀌면 그 자리도 땡, 이라고.”

그런 추세였다.

“사람 나고 기계 생겼지, 기계 생기고 사람 난 거 아니잖아. 뭐든 기계로만 하겠다면 나 같은 사람은 뭘 해서 먹고 살라고? 기계가 대신 했으면 사람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주거나 보상해주는 게 정부 역할 아냐?”

“기업 하는 일에 정부가 규제만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내 밥줄인 거 알면서, 그걸 달고 와.”

모든 게, 남편 탓이라도 되는 양 앙칼지게 퍼붓는다.

“1분 1초를 다투는 출근 시간이잖아.”

“이쁘다는 내 손, 당신이 자른 거라고, 그 1분 1초가.”

남편이 상의도 없이 ‘하이패스’를 달고 온 날, 통행료 받던 내 손은 끝내 잘리고 말았다. 우연이라고 기필코 우기고 싶은 거다, 남편은. 주말 투쟁은 서울 톨게이트에서 한다.

거기까지 딴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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