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해방을 기뻐하지 말자

 

박 두 규 (시인)

 

 

1945년 해방을 기뻐하지 말자.

그것은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일제에서 벗어나 고래의 조선, 삼일의 시절을 꿈꾸며

내 땅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원했건만

미제의 탐욕으로 수천 년의 한반도는 두 동강이 나고

너와 나, 서로의 가슴에

깊은 증오의 늪이 파이고 말았구나.

하나의 하늘을 함께 바라보지 못하고

하나의 땅을 함께 걷지 못하니

미제의 해방을 어찌 기쁨이라 할 수 있으랴.

우리에게 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1948년 4월과 10월을 마냥 슬퍼하지는 말자.

그것은 다시 일통의 세상을 보기 위한 레퀴엠이었을 뿐이다.

그 숱한 죽음들의 반쪽과 반쪽이 만나고

왼 날개와 오른 날개가 하나의 날갯짓으로 날아올라

이 땅의 서러운 마음들을 서로 곱게 품어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일통의 세상이니

그것이 바로 너와 내가 꿈꾸던 하나의 조국이니

1948년 4월과 10월의 숱한 죽음들을

어찌 슬프고 헛되다 할 수 있으랴.

해서 지금 여기, 우리가 그 희망이 되어야 한다.

너와 내가 하나의 우리가 되면

그것이 희망이고 일통이며, 그것이 진정한 해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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