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여수 사람이라면 꼭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있다.

바로 ‘여순사건(항쟁)’이다. 할머니부터 손주에 이르기까지 우리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아픈 역사.

그러나 발 빠른 시대의 변화에 따라 쫓기듯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우리의 역사를 잊을 수 있다. 누군가가 일깨워주지 않는 한 말이다.

그래서 여기, 여순10·19특별법제정범국민연대와 순천시가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역사를 알리는 ‘여순 역사 해설사 및 교육 강사단’ 양성 교육을 시작했다.


여순10·19 역사에 대한 진심이 있는 순천시민 참가 가능

참가자격은 20~65세 순천시민이라면 누구나 가능했다.

단, 진심으로 여순사건을 공부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을 지녀야 했다.

교육과정은 이론 10강좌, 현장교육 6강좌로 구성돼 있으며 순천 YMCA에서 수업한다.

방식은 70분씩 2강좌로 진행되는데, 지난 9월 26일부터 시작한 이 교육은 오는 12월 초에 마무리될 예정이며 이론·현장 교육을 80% 이수한 이들만 수료할 수 있다.

아울러 무시험 체계로써 구술 능력과 왜곡되지 않은 역사의식을 지닌 사람만 해설사로 활동할 수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30~40명을 모집했는데 80여 명이 신청했다. 또한, 현재 수업마다 60여 명이 참가하면서 높은 출석률을 보인다.

 

“누가 내게 여순사건에 관해 묻는다면 막힘없이 대답하고파”

지난 24일 ‘여순 10·19 역사해설사 및 찾아가는 강사단 양성과정’ 6강 수업을 진행하던 날, 강의실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정희(생목동 거주) 수강생에게 수업에 대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수업에 참여한 계기는?

순천에 사는 한 시민으로서 우리 역사를 배우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

전부터 여순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이 강좌를 시작하기 전부터 문화건강센터에서 관련 강의를 수강하고 순천대 여순10.19 연구소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도 참여해서 현장답사를 했다.

그런데 동족의 아픔을 세세하게 알게 되면서 가슴이 아팠고, 나의 역사의식을 더 높이고 싶었다.

 

▷여순사건에 대해 누군가에게 설명해 본 경험이 있는가?

현재 나는 정원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순천시민, 관광객에게 정원에 대한 지식만 설명하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타지에서 오신 분이 나에게 여순사건에 관해 물었다.

(순천지역에서) 돌아가신 영령들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질문했다.

겨우 위령탑의 존재만 알던 나였다.

자세한 설명을 해드릴 수 없어 난감했던 기억이다.

그날 이후로 누군가가 내게 여순사건에 관해 묻는다면 전문적으로 세세히 알릴 수 있는 그러한 역량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강좌를 전부 수강한 후에는 순천시민으로서 지역의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설명할 수 있는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 '여순 10·19 역사해설사, 교육강사단 양성과정'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

‘여순해설사 양성교육’ 이렇게 시작됐다

 

박소정 여순 10·19특별법제정범국민연대(이하 특별법범국민연대) 대표에 따르면 이 강좌가 만들어진 배경은 2000년도부터였다.

당시 유족회와 관계자들은 시민연대를 만들어 피해 실태조사 자료집을 만들고 해설사의 필요성을 느꼈다.

전부터 이에 대한 제안은 많았지만, 열정과 재정 부족 등의 이유로 쉽사리 첫발을 내디딜 수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순천시에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위원회’가 생겨 유족회와 관계자들은 표지판, 해설사 양성, 역사관 건립 등에 대해 제안했으며 순천시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박소정 특별법범국민연대 대표는 “현장교육을 할 때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쉼 없이 강의를 진행했는데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진지하게 수업에 임해 놀랐다”며 “참여하신 분들은 직접 많은 공부를 해 오신다. 사정상 수업에 참여 못할 때엔 보충수업도 가능하냐고 물었던 분도 계셨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10강좌만으로 전부 채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과정은 기초교육이라 보면 되고, 매년 보다 심층적인 강좌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그동안 시민들이 여순사건에 관해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여순해설사 양성과정에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다”며 기쁨을 표했다.

그는 또 “지역인 모두 함께 서로 힘을 모아서 조금이라도 나은 우리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여순 해설사 양성과정은 보람 있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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