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택지 아파트분양가는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 결정한다. 순천시 분양가심사위원회는 2013년 오천지구 호반베르디움아파트 분양가를 주택업자의 신청액보다 2.2% 적은 금액을 권고했다. 이에 비해 최근 전주시 분양가심사위원회는 24.4%를 삭감하여 시장에게 승인을 요청했다.

지난 10월 22일 개정된 주택법 시행령의 분양가심사위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이를 관리할 방법으로 분양가심사위원회가 부각되고 있다. 기존의 분양가심사위원회는 방대한 분양가 심사를 한두 시간 만에 졸속으로 처리하거나, 적정분양가를 검증할 능력도 없는 위원이 선정되는 등 역할 자체가 별로 없는 ‘허수아비 위원회’였다는 지적이다. 순천시 또한 새롭게 구성하는 분양가심사위원회를 계기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는 누가 정하는가?

새로운 분양가심사위원회 관심 높아

지난 3월 20일을 기점으로 공공택지 분양 원가 공개 항목이 62개로 확대되었다. 이전 61개였던 것이 이명박 정부 이후 12개로 축소되었다가 다시 확대된 것이다. 확대된 공개항목을 바탕으로 위례신도시 내 아파트 3곳을 분석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총 4,100억 원, 가구당 2억 원의 건축비 거품이 있다고 밝혔다. 연이어 5월 9일에는 ‘분양가 심사제도 즉시 폐지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파트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심사하기 위해서는 설계 내역과 실제 투입 예정인 공사 원가 계산 근거 등 공사비 내용, 도급계약 내용 등을 토대로 적정이윤을 책정해야 한다. 그러나 분양가심사위원회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국토부 기본형 건축비를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다. 기본형 건축비를 초과하지 않으면 통과에 어려움이 없다. 이처럼 허술한 분양가 심사가 계속되자,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주택업자들의 ‘막대한 이윤 추구의 들러리’로 변질되었다는 지적이다.

6월 4일 문화방송 <피디수첩> ‘로또 분양의 배신’ 편에서는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실태를 고발했다. 정부가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하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여, ‘로또 분양’이라고 불리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분양가를 결정하는 분양가심사위원회에 금호산업과 대우건설 등 주택업자가 들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분양가심사위원회는 위원 명단이나 회의 내용 등이 비공개라서 문제이며, 지방자치단체가 대형건설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와 유착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문제 제기였다.

지난 7월 15일에는 순천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 순천시청 건축과 업무 보고가 있었다. 순천시의회 김미연 의원은 “지금 순천시 분양가가 평당 1,150만 원으로 책정이 된 아파트가 있습니다. 이렇게 비싸도 됩니까?”라며 분양가를 시민 입장에서 관리해주길 주무부서에 요청했다.

분양가 관리의 모범, 전주시를 배우자

순천시는 2.2%, 전주시는 24.4% 삭감

전국 지자체 중 분양가 관리의 모범으로 거론되는 전주시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주시 분양가심사위원회는 지난 9월 30일 에코시티 내 주상복합용지에 들어설 한화 포레나 주상복합(614세대)의 분양가를 당초 시행사가 요청한 분양가인 3.3㎡당 1,248만 원보다 24.42%를 삭감하여 305만 원이 낮아진 943만 원 미만으로 권고했다. 이는 국토교통부 기본형 건축비와 물가지수 등 상승요인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상승률을 최소화한 것이다. 전주시 분양가심사위원들은 향후 전주지역 주택가격 안정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객관적인 심사에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회의에 앞서 에코시티 현장과 모델하우스를 직접 방문해 분양가의 항목별 비용이 과다 계상되지 않도록 조목조목 살피기도 했다.

순천시 분양가심사위원회는 2013년 오천지구 호반베르디움아파트 분양가를 심사하기 위해 그해 6월 4일 시청에서 열렸다. 시공업체인 호반건설은 전체 분양가 총액으로 약 1,520억 원을 신청하였다. 자료를 검토한 후 심사위원회는 분양가 권고액을 약 1,488억 원으로 결정하였다. 아파트 연면적이 약 9만 1,092㎡이므로 평당 약 550만 원을 신청하였고, 약 539만 원으로 권고한 것이다. 평당 감소액은 약 11만 원으로 2%에 불과하였다.

순천시 분양가심사위원회는 호반베르디움아파트 분양가를 심사한 후 열리지 않았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공공택지 위에 건설한 아파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에 바뀐 시행령에 따라 분양가심사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을 따른다고 해도 아파트 분양가심사위원회의 투명성을 높이거나 합리적인 분양가를 결정하는데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분양가심사위원회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기 위한 첫걸음은 심사위원의 선정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주택법 시행령에서도 심사위원의 구성에는 교수나 관련 협회 추천 인사 등으로 한정하였다. 건설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해 온 한 시민은 “지역사회라는 게 그렇다. 서로 다 아는 사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짬짜미의 우려가 크다. 그래서 공정한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토목이나 건설에 무관하면서, 시민 눈높이로 감시하는 심사위원이 한두 명은 있어야 깨끗해진다. 국방부장관을 군에 입대한 적이 없는 여성이 하는 세상이다. 왜냐? 엄마의 마음으로 장병을 돌보고, 시민의 관점으로 국방을 생각하는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 손 놓고 있는 순천시

1,000만 원이 넘을 게 888만 원 이하로

시민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는 민간택지 분양 아파트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 감독이 더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분양가심사위원회는 분양가상한제 지역만 심사하게 되어있다. 공공택지나 투기과열지구에 짓는 분양 아파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민간택지 분양 아파트는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전주시에서는 민간택지 개발 아파트의 분양가 책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시민의 주거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전주시에서는 아파트 고분양가를 억제하기 위해 인근 주택가격 등을 고려해 분양가가 책정될 수 있도록 사업계획승인 신청 시부터 사업 주체와 협의하고 있다. 지난해 전주시 바구멀지역(롯데백화점 맞은편) 재개발 정비사업에 따른 아파트 일반분양가가 3.3㎡당 888만 원 이하로 결정됐다. 이는 당초 민간택지 공동주택 사업자인 조합 측이 제시한 분양가인 962만 원과 비교하면 74만 원 낮아진 금액으로 7.7%를 조정한 것이다. 애초 1,000만 원이 넘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전주시는 해당 조합과 3차례에 걸친 분양가 조정 협의 끝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입주자 모집 공고를 승인했다.

시장, 건축 승인 책임자

 2016년부터 전주시는 제5대 분양가심사위원회 위원을 선정하면서 회의록 공개에 찬성하는 사람만 위촉하였고, 심사 전 모델하우스 현장실사를 진행하도록 준비하였다. 또 주변 시세 파악과 분양가 세부 항목 검토 등을 통해 제출된 분양가를 철저하게 검증하도록 하였다. 특히 분양가 심사대상이 아닌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사업계획 승인 신청 시부터 사업 주체와 사전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전주시장, 강력 대응 의지

전주시는 김승수 시장이 취임하고 2017년 서민 주거 불안 해소와 주거복지 강화를 위해 주거복지과를 신설했다. 김 시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주거복지과 내에 주거복지정책팀과 사회주택팀, 공공임대주택팀, 해피하우스팀을 배치했다. 김 시장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중심에 두고, 상식에서 벗어난 아파트 분양가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시장의 의지가 시민의 삶에 많은 변화를 준 하나의 사례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 공공택지 아파트분양가는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 결정한다. 순천시 분양가심사위원회는 2013년 오천지구 호반베르디움아파트 분양가를 주택업자의 신청액보다 2.2% 적은 금액을 권고했다. 이에 비해 최근 전주시 분양가심사위원회는 24.4%를 삭감하여 시장에게 승인을 요청했다.

[해설 - 주택법 시행령 64조 분양가심사위원회]

"회의록 공개 단서조항 문제"

내실과 투명성 강화 시도

지난 10월 22일 개정된 주택법 시행령 제64조 분양가심사위원회 구성 조문을 보면, 이전 시행령과 달리 법학·경제학·부동산학뿐만 아니라 건축학ㆍ건축공학 전공 교수를 포함하였고, . 토목ㆍ건축ㆍ주택 분야에 더하여 전기ㆍ기계 종사자와 건설공사비 관련 연구 실적이 있거나 공사비 산정업무에 종사한 사람도 포함하였다. 또한 위의 민간위원은 임기를 2년으로 하며, 연임의 한도를 정하지 않은 이전 시행령과 달리 두 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제한하였다.

회의에 관한 제65조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회의 개최일 7일 전까지 회의와 관련된 사항을 위원에게 알려야 한다고 개정하였다. 이전 시행령에서는 2일 전까지 알리기로 하여 발생하는 준비 부족에 따른 심사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변경으로 보인다. 또한 위원회의 위원 명단을 회의 개최 전에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자 했다.

제69조 회의록 조문 중에서 “회의록은 해당 주택의 입주자를 선정한 날 이후에 공개 요청이 있는 경우 열람의 방법으로 공개해야 한다. 다만, 심의의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직위 및 주소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신설하였다.

한 시민은 “회의록 공개 여부를 위원회가 거부할 수 없게 공개하도록 규정한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공개 요청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열람 방식으로 공개한다는 등의 단서 조항이 문제다. 분양가심사의 투명성을 해치고 심도 깊은 심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관계자들만 알면 되겠는가? 시민에게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진단]

부동산 이익, 공공이 환수해야

‘갓물주’ 꿈에 멍든 미래

▲ 표 : 토지 소유 불평등이 심각해서 전체 개인 토지 중 상위 1%가 31%를 차지하고, 상위 5%가 61%를 차지한다. 나머지 95%가 39%에 모여 있다.

 

최근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2017년 불로소득이 136조 원이나 되었다. 2016년 113조 원에 비해 1년 사이에 20%나 증가하였다. 불로소득 중 60% 이상을 차지한 것이 부동산 양도 차익이었고, 84조8천억 원이다. 여기에 부동산 임대소득을 더하면 더욱 커질 것이다.

불로소득은 사회를 병들게 한다. 특히 부동산으로 벌어들이는 불로소득은 어른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까지 병들게 한다. 요즘 아이들의 꿈이 '갓물주'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으면, 쓴웃음에 그치지 않고 비통한 마음에 빠져든다. 불로소득은 서민에게 절망감을 안기며 '한탕주의'를 부추긴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부수고 노동 의욕을 꺾는다. 사회는 불안정해지고 비도덕적 범죄가 끊이지 않게 된다.

불로소득은 경제주체인 기업가 또한 병들게 한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고 기술 개발과 판매 전략의 혁신을 도모하려는 '건강한 기업가 정신'를 박살낸다. 일례로 수년전 현대자동차 그룹은 10조 원을 연구개발이나 사업혁신에 투자하지 않고, 강남 한전 부지를 샀다. '부동산 공화국'에서 기업 하는, 철저히 이익만 생각하는 삐뚤어진 재벌의 사고방식이 낳은 당연지사였다. 한국에서는 지금 기업이 돈을 벌면 땅을 사지, 새로운 혁신 아이템에 투자하지 않는다.

한국의 땅값이 OECD(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비싸다. 특히 토지 소유 불평등이 심각해서 상위 1%가 전체 개인 토지의 31%를 차지한다. 상위 5%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비율은 61%나 된다. 법인 토지는 더 심한 편중 현상을 보인다. 법인 토지의 77%를 상위 1%가 차지하고, 상위 5%는 무려 90%를 소유하고 있다. (표 참조)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개인의 노동에 의한 것이 아니다. 사회가 창출한 가치다. 토지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정부가 땅의 용도를 바꿔주거나, 땅 주변에 인프라를 깔거나, 그 위에서 사람들이 몰려 살거나 할 때다. 그렇게 해서 이익이 나는 것은 사회가 창출한 가치이므로 공공이 세금으로 환수하는 게 맞다. 투기를 없애서 실수요자가 거래하는 좋은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보면, 투기를 없애는 것이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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