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조합원 한문학박사

 

지난 9월 21일(토) ‘2019 우리 순천 탐방여행’의 다섯 번째 답사가 있었다.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장대비가 오락가락 쏟아지기도 하였지만, 우리의 탐방에 대한 열정은 태풍의 비바람도 뚫고 나가게 했다. 문화해설사의 탐방 일정 소개를 들으면서, 첫 방문지인 승주읍의 사휴정(四休亭)으로 향했다.

 

▲ 사휴정

 

사휴정은 승주읍 서평리 서정(西亭) 마을에 있다. 임진왜란 때 진주성 전투에서 순절한 충의공(忠毅公) 장윤(張潤, 1552-1593)의 네 아들 참봉 장홍도(張弘道)·호조참판에 추증된 장홍적(張弘迪)·첨지중추부사 장홍경(張弘慶)·장악원정 장홍민(張弘敏) 4형제가 서로 아름답고 넓은 마음을 가져 우애를 돈독히 하자는 의미가 담긴 누정이다. 이곳은 오늘날 우리에게 충절의 유풍 기림과 효우(孝友) 실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러나 현장 관리가 미진하여 문화재에 대한 문중의 관심과 시 당국의 관리 정책이 필요해 보였다.

 

▲ 조계산과 선암사


다시 버스는 조계산(曹溪山)을 향하였다. 이 산은 원래 청량산(淸凉山)인데,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義天)이 육조(六曹) 혜능(惠能)을 현몽하고서 산 이름을 조계산으로 바꾸었다. 이 산에는 유네스코문화재로 지정된 천년의 고찰이자 태고총림인 선암사(仙巖寺)가 있다.

 

▲ 원통전 모란꽃 무늬 문살

 

여기에는 부속건물 승선교, 강선루를 비롯해, 3층석탑, 대웅전, 원통전의 대복전(大福田)과 그곳의 모란꽃 문살, 선암매, 불조전 등 볼거리가 많다. 조계산과 선암사는 불교적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사찰일 뿐만 아니라, 소강남(小江南)과 선향(仙鄕)이란 순천지역의 정체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자세한 내용은 본지 2018년 3월 22일자와 4월 5일자 기사 참조) 왜냐하면 소강남은 정원의 도시 순천, 선향은 생태도시 순천의 역사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비 내리는 산사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는 조계산을 바라보며, 날개 돋아 신선에 오른 듯한 우화등선(羽化登仙)의 흥취를 만끽했다.

 

▲ 지난 9월 21일(토) ‘2019 우리 순천 탐방여행’의 다섯 번째 답사

 

쏟아지는 장대비를 구경삼아 선암사 입구에서 허기를 잠재우고, 하산하는 길에 서면 판교리 추동마을의 관경정(觀耕亭)을 들렀다. 관운정(觀耘亭)으로도 일컫는 이곳은 무산(撫山) 박병두(朴炳斗)가 건립하여, 농사도 살피고 강학소로도 활용한 곳이다. 그는 1922년 서면 농민들의 선봉이 되어 소작쟁의를 이끌었다.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전국으로 농민들의 궐기가 이어졌다. 관경정은 곧 항일농민운동의 출발점이란 장소성이 있다. 문득 일본의 무역보복이 떠오른다. 현재 밀양박씨 문중 제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데, 갈 때마다 잠겨 있어 담 너머로만 보는 것이 못내 아쉽다.


충절과 효우, 순천 정체성과 불교문화, 소작쟁의와 항일민족운동 등의 순천 역사현장과 의미를 마주할 수 있었던 이번 탐방은, 현재의 시대상에 걸맞게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 순천의 역사와 문화를 열어가야 함을 되새김하는 계기가 되는 여행이었다.


김현진 조힙원
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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