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계수
순천광장신문 발행인
존경하는 순천시민과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 여러분.

다사다난했던 계사년을 뒤로 하고 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든 분들이 올 한해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일들이 모두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양속대로 연말연시에 드리는 덕담 속에 희망을 담기가 버겁습니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새해에 드리워놓은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 짙기 때문입니다. 민영화를 반대하며 시작된 철도파업은 세밑에 국회에서 철도산업발전특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끝났지만 국민의 발인 철도와 파업 주도 노동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철도파업과 함께 등장한 한 대학생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는 대학을 넘어 고등학교까지 확산되면서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습니다. 이는 그동안 극심한 경쟁 속에 파묻혀 있던 학생들이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사회에 대한 자각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반갑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미래의 주역인 이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웅변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통합하고 조정해야 할 정부는 새로 뽑힌 대통령을 맞아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인사의 난맥상으로 시작해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이들에게 ‘종북’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비국민으로 낙인찍으며 편가르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핵심적인 국가 기관들이 선거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 성립의 합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이러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상처가 원만히 치유되어 모든 국민이 상생과 화해의 길로 향하는 길을 열고 나아가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실마리를 마련하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한편 우리 지역사회는 지난해에 모든 시민의 역량과 지혜가 동원된 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습니다. 정원박람회의 성공으로 우리는 전국은 물론 세계에 우리 순천을 널리 알리고 각인시킬 수 있었으며 시민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사업의 집행 과정에 대해 면밀히 평가하고 전 시민이 동의할 수 있도록 시설의 사후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일 또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더불어 정원박람회의 성공은 지역의 자랑인 순천만의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을 수립한 연후에야 비로소 지역사회의 발전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디딤돌이 되리라 믿습니다.

저희 순천광장신문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건전한 지역 여론을 형성하고 지역의 생태계를 보전하며, 이웃이 함께 어우러진 살맛나는 지역사회를 건설한다는 목적에 공감한 젊은이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난해 식목일에 창간되었습니다. 지난 1년 간 수많은 시민들께서 저희 순천광장신문에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조합과 순천광장신문이 원만히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주신 조합원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올해 저희 순천광장신문은 지역 언론의 기능을 보다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주간 발행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대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조합비와 구독료 및 광고료 수입으로 운영되는 저희 신문으로서는 제2의 창간에 해당되는 과제를 새로이 부여받고 있다 하겠습니다. 이는 우리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분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저희 순천광장신문이 건전하고 튼튼한 지역 언론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작금의 우리 현실은 제도의 개혁만으로는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없다는 것을, 각각의 지역사회와 시민들의 현실적인 삶 속에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으면 국가 수준의 민주적 제도들도 온전히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역에 정착되는 길에 저희 순천광장신문이 시민 여러분과 늘 함께 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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