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규 시인

언젠가 도법스님께서 한 말씀 하시는 중에 전주 한옥 마을에서 본 글이라며 ‘꽃은 향기로 비우고, 나비는 춤으로 비운다.’라는 말씀을 꺼냈다. 그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의 의미를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에 와서는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더듬어 생각건대 꽃 하면 향기요, 나비하면 춤이 가장 먼저 떠오르듯, 꽃과 나비라는 존재의 상징으로써 향기와 춤을 가져온 듯하다. 그리고 ‘비운다’는 것은 깨달음을 은연히 품고 있는 말이니 이 말은 나비는 나비로, 꽃은 꽃으로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비움이요 깨달은 삶이라는 뜻으로 풀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비울까? 나라면 ‘사람은 사랑으로 비운다.’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보면 가당치도 않은 말이지만 나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본질적 상징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또 많은 현자들도 다른 표현을 썼지만 본질은 ‘사랑’을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람으로 온전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사랑을 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사람의 완성이며 비움이고 깨달음 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현실세계를 보면 참으로 가당치 않은 말이다. 사랑은 집안에서 교회당 안에서 불당 안에서만 사랑이지 저자거리에 나와 타자가 되는 순간 그 사랑은 순식간에 실종되고 만다. 실천하지 않는 진리는 진리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우리 고조선국의 경전에서도 ‘성통공완性通功完’이라고 해서 스스로의 참 본성을 알아 사회에 공덕을 실천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현대인들은 옛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문명을 살면서도 그 마음이나 정신은 축생들의 그것을 크게 넘어 서지 못하고 있다. 나는 작금의 조국 장관을 둘러싼 이런저런 방송이나 글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사람의 본성에서 멀어진 사회인가를 실감한다. 사실과 진실을 그 자체로 세워내는 것마저도 어려워진 세상이 되었으니 말해 무엇 하리.


사실 조국 장관 사태의 출발과 본질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검찰적폐를 개혁하고 청산하자는데 있다. 현재의 검찰 관련의 법과 규정은 사실 대부분 일제강점기의 일본이 조선을 마음대로 부리기 위한 수단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검찰은 현재 OECD 국가의 검찰과 비교해보면 상상할 수 없이 많은 무소불위의 권한과 힘을 가지고 있다. 이 검찰이 박정희로부터 시작하는 군부독재정권의 선봉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자유와 민주를 짓밟았고 이명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들의 충복으로서 역할을 다 해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 검찰적폐를 청산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는가. 검찰적폐의 바탕에서 집권을 유지했던 자유한국당이 재집권하면 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자유한국당은 조국 장관 사태에서 검찰개혁이라는 그 본질을 외면하고 박근혜 정부 이전으로 모든 것을 전환시키려는 당파적 이익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100명이 넘는 거대 정당이 장관 한 명 임명 때문에 삭발을 하고 국정을 외면해야 할 일인가. 그것은 그들이 누구보다도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삭발이나 단식이나 자결은 소외되고 힘없는 자들이 최후에 선택하는 투쟁방법이다. 선택지가 많은 기득권 정당인 자한당은 다른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호도하여 당파적 이익만을 챙기려는 후안무치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거리의 사정이 이러하니 ‘꽃은 향기로 비우고, 나비는 춤으로 비운다.’라는 말을 어디에 붙일 수 있을까. 다만 사람이나 세상이나 늘 변하는 중에 변하는 것이니 좋은 세상이 또 오기는 올 것이라 믿는다. 사피언스가 전 지구를 장악한 후로 선과 악은 늘 함께 존재해왔고 음과 양 또한 쉼 없이 어울려 왔으니 그 중에 스스로의 본질이 사랑인 줄 눈치 채고 말없이 실천해왔던 사람들이 왜 없었을 것인가. 사실은 지금도 그러하다.

 

 

 

 

박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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