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 시켜놓고 물끄러미 바라본다오늘 하루 내 모습이 어땠었는지창가에 비쳐지는 건 나를 보던 내 모습울컥하며 터질 듯한 어떤 그리움그리운 건 다 내 잘못이야 잊힐 줄만 알았는데이렇게 생각이 다시 날걸 그땐 알 수 없었어고개 숙여 걸어가는 나를 보던 가로수“실례지만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나는요 갈 곳도 없고 심심해서 나왔죠”“하지만 찾고 싶은 사람이
“죄송합니다.”지금까지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해왔던 말이다.“늦어서 죄송합니다.”두 번째로 많이 했던 말이다.“최대한 빨리 가도록 하겠습니다.”세 번째로 많이 한 말이다.도심지의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말일 수 있다.소방관서는 크게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작게는 지역 여건에 맞춰 전국 곳곳에 설치된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시’와 ‘자치구’에 소방서를 포함한 11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약간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부탄이 어떻게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됐는지 궁금하다. 가볼까?” 제안했다.부탄도 가보고 싶었지만, 일본에 살고 있는 젊은 벗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다. 깊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즉시 “저요~!” 손을 들었고, 손 든 사람들끼리 바로 카톡방을 만들었다.들어가 보니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었다. 일상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박근혜의 당선은 순천시민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을 절망시키기에 충분했다. 5년 동안 굴속에 들어가 있고 싶다거나 이민을 가고 싶다고 했다. 그 절망의 무게는 뭔가 다른 숨 쉴 통로를 만들어야 했다.당시 순천은 10년 넘도록 운영한 지역신문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동네 돌아가는 사정을 몰라 답답했다. 평소 있던 것이
지난 7월 17일, 18일 양일간 사랑어린배움터 중학생들과 함께 협동조합 캠프를 진행했다. 놀이, 게임, 마인드맵, 토론, 성찰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사회적경제를 안내했다. 협동조합으로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나라들은 협동조합을 잘 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는 일이 우리나라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 아니다. 교
여행이란 무엇인가?각시와 나는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음 여행을 이야기했다. 아직도 피곤하고 시차 적응이 안 된 상태인데 다음 여행을 꿈꾸는 것이다. 왜 그런가? 도대체 여행이란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그리고 적지 않은 불편(不便)과 고생을 감수하고 여행을 다니는가? 동서고금(東西古今)의 많은 사람이 여행을 예찬했다. 우리는 왜
해가 넘어가 조금 시원해지면 웰빙도로에 많은 사람이 북적인다. 가족 또는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자전거나 킥보드 같은 운동기구를 타거나 걷고, 달리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의 눈에 아주 많이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 이곳에서 공감을 나눠보고자 한다.웰빙도로에서는 여럿이 이야기를 하면서 걷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한다. 문제는 이
하이든 현악사중주 ‘종달새’유년시절 때밭에서 본 담황갈색의 매끄럽고 앙증맞은 알들을 기억한다.그 둥지로 부터 쏘아 올려진 작은 새.정점은 허무함인가.자맥질의 노래가 끝난 벼락같은 수직하강.하늘을 날고 있을 종달새.아직도 내 마음에 쏟아져 내려오려는가.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던 이탈리아 현악사중주단의 종달새.2/2박자의 스타카토 리듬을 타고 이어 나타나는 바
아침내 안의 너를 기어이 보내야 했던 아침은짙은 새벽속으로 나도 사라지고 싶었다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너없는 아침 따윈마주치기 싫었다누군가에겐 눈을 감고 아스라한 여명 한줄기손 뻗으며 마중나가고 싶은 아침이 오고또 누군가에겐 손사래치며 한없이뒷걸음치고픈 아침이 온다이 모든 아침을 뚫고 다시 내게 오는 아침이여눈물이 핑 돌며 황홀한 아침그대 오셨군요민들레 그
송광사에는 “너삼 방 터”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이곳은 송광사에서 천자암으로 가는 길 오른편의 조계봉 골짜기 입구(채마 밭 건너편) 인월암이 있는 곳이다.이곳은 오랜 옛날부터 “판와암”(송광사에서 운영하는, 기와나 가마를 관리 감독하는 암자)이라는 암자가 있었던 곳인데 폐허가 된 터에 1985년 인월암으로 다시 세웠다. 아랫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너삼 방
시마(詩魔)삶의 고비와그대인 고비가 만나면큰 고비로 우뚝 설까?더 큰 고비는 얼마나 더 세서 키 작은 내 고통을 뚝! 쪼갤 수 있을까끝없는 모래 언덕의 평화를 업고 날아갈 낙타처럼난 왜 고비가 그리웠을까사막의 모래밭에 심장을 비벼 비빔밥을 차린 후쩝쩝 입맛을 다시는 낙타의 딸밤마다 가마솥을 걸고 생솔가지를 태워 연기에 질식할 뻔하면서도사막의 전생을 그리워하
유월 이십삼일 아침, 오랜만에 동네 산 한 바퀴를 돌았다. 아침에 맞이하는 산은 상쾌하다. 청솔모가 나무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먹이를 찾느라 바쁘다. 산길 옆으로 하얗게 핀 개망초가 뒤척거린다. 어쩌다가 마주친 산딸기는 거무튀튀한 빛깔이어서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쳤다.한 시간에 걸쳐 산길을 걸으니 배가 고팠다. 마침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눈에 들어온다.
옛날하고도 머~언 옛날 순천 송광사의 해우소는 어찌나 높(깊)던지 인근뿐만 아니라 멀리 중국까지도 소문이 났을 정도였고 비슷하게 구례 화엄사의 가마솥도 엄청나게 커서 밥을 한 번 지으려면 쌀 씻는 공양주들 수십 명이 있어야 할 정도로 크다는 소문이 온 나라에 자자했다고 한다. 어느 날 구례 화엄사의 허풍이 좀 심한 스님 한 분이 송광사의 해우소 얘기를 듣고
아, 베네치아스위스에서 산을 보았다면, 베네치아에서는 바다를 보았다. 베네치아에서 본 바다는 일망무제의 대양이 아니라 운하였지만 말이다. ‘베네치아’란 말은 “다시 돌아오라 (Come back again)” 라는 뜻이다. 베네치아는 참 독특한 도시였다. 우리는 베네치아를 수상 도시, 즉 물 위에 있는 도시라고 들었다. 큰 도시가 어떻게 물 위에 떠 있을 수
자동차는 원하는 곳으로 편안하게 이동시켜 주는 기계이다. 운전자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동수단의 기능을 하지만 자칫하면 운전자 본인과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양면성을 가지는 기계이기도 하다.교통사고는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주 발생하는 장소가 있다. 경험상 급회전 구간, 오르막을 올라 내리막이 시작되는 구간, 도로가 분기되는 곳과 합쳐지는 곳,
그리그 페르 귄트 중에서 ‘아침 기분’새벽에 걷는 숲길은 또 다른 모습이다.밤새 안개 주단을 깔고 노닐던 정령들.숲으로 밀려드는 햇살에자리를 내어준다.몽환적이고 꿈길을 걷는 기분.대지는 하늘을 품고,하늘은 대지를 갈망한다.대지를 노래하는 자,시인이고 참삶을 살아간다. 첼리스트 박영집은 일상에서늘 음악과 함께하기를 바라는마음으로 시를 읊듯노래를 추천하고참삶에
글이 이렇게 고소해도 되나 싶을 정도여서 ‘그냥 혼자만 알고 있을까’라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그런 글을 여기 옮겨 적는다. 누구라도 마음에 담는 자가 임자다. 금방 부자가 될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도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여기 옮기는 글의 절반 정도는 이곳을 걷다가 멈춰 서서 종이에 적은 것을 ‘독수리 타법’으로 활자화한 것이다. 옮겨 적다
[기획] 협동조합 선배 활동가에게 듣는다② 국제사회적경제포럼 송경용 신부(공동의장)“신앙과 사회적경제는 출발과 목적지 같아”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종교 역할 강조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대안이 되는 경제시스템으로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과 함께 많은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협동
송광사의 한자어는 ‘松廣寺’이다. 송광사에서 16 국사가 배출된 사실과 연결지어 송광사의 ‘ 松’자를 十八公으로 파자하여 18 국사가 배출될 것이므로 앞으로 국사 두 분이 더 탄생하신다는 내용이다.이러한 파자(해자)에 대해 글 잘하는 사람(글쟁이)의 심심풀이이거나 예언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른 해석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물론 국사라는 제도가 없어
순천만국가정원에 들어오면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렇게 외친다.“와, 멋지다. 대단하다.”“와, 셔터만 누르면 작품이겠다. 그지?”그리고 워낙 넓다 보니 걷는 것을 포기하고 관람 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러다가 줄이 길다 싶으면 주위를 빙빙 돌며 또 셔터를 분주히 눌러댄다.그도 그럴 것이 사방에 꽃과 나무가 서로 어울려 자연의 조화